보성 E골프장측, 회사가 정한 약관 내세워 퉁명스런 거절 눈살

[더팩트ㅣ순천=유홍철 기자] 전남 여수시에 사는 50대 이 모씨(여)는 3일간의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10일 보성군 소재 9홀짜리 E대중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다.
이 씨를 비롯한 동반자들은 이날 라운딩 도중 겪었던 불편과 골프장 업주의 불친절한 태도 때문에 즐거워야 할 골프가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골프인구 증가로 수요와 공급 균형이 깨지면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골프장측의 횡포를 제어할 표준약관 제정 등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골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씨 일행이 E골프장에서 겪었던 황당한 사연을 이렇다.
이 씨를 포함한 동반자 4명은 이날 정오 무렵인 12시39분에 예약이 잡혀있었지만 티업은 1시10분께 진행됐다. 셀프 카트 5대가 티박스 근처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던 탓이다.
이 모씨는 티업이 많이 지체된 것은 좀 심하다고 생각했지만 모처럼 나선 골프이고 즐거운 라운딩을 위해 또 동반자를 생각해서 내색하지 않았다. 티 박스에서 대기한지 상당한 시간을 흐른뒤 차례가 돼서 첫 홀 티샷을 날렸다.
그날따라 기온이 뚝떨어지고 빗방울이 간간히 흩뿌렸으며 바람까지 심하게 불어 골프치기엔 사나운 조건이었다.
여기까지도 내가 일정을 잘 못 잡은 것일 뿐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다.
문제는 매 홀 계속해서 2~3팀이 대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홀 마다 티샷을 하기까지 10분에서 20여분 이상을 대기하느라 체온이 식어버린데다 날씨까지 악조건이다보니 골프 칠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더구나 골프 도중에 흩뿌리는 비 때문에 카트에 달린 바람막이에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오른편 앞뒤 좌석의 바람막이가 뜯겨져 없었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흩날리는 비를 고스란히 맞아야 했다.
골프를 치고 이동하기 위해 카트에 올라탈 때는 수건으로 카트 시트의 빗물을 닦고 앉아야 하는 불편도 겪었다.
이런 식으로 간신히 9홀 라운딩이 끝난 시간이 4시였다. 통상 9홀 라운딩에 걸리는 시간은 통상 2시간 안팎인 점에 비춰 1시간 정도가 더 지체돼 3시간여가 걸린 것이다.
이 씨 일행은 이런 식의 더딘 진행이라면 오후 5시10분 정도가 일몰이란 점을 감안, 후반 3~4홀이면 도중에 중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더구나 전반 8홀과 9홀을 라운딩 도중 비가 세차게 내려서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비도 오고 진행이 더뎌 도저히 골프다운 골프를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씨는 클럽하우스 사무실을 찾아 후반 9홀을 더 이상 하기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며 환불을 요청했다.
E골프장 대표는 대뜸 "환불을 불가능하다. 약관을 한 번 봐보라"고 뚱명스럽게 거절했다.
이씨 동반자가 "약관을 보여달라"는 요구에 대해 "당신이 찾아보라. 저기 공지사항 붙어있지 않느냐"고 대꾸했다.

미니 클럽하우스내 안내 데스크 뒤편에 내걸어 놓은 요금표 밑에 공지사항이 있었다. 공지사항에는 "천재지변 등으로 내장객의 안전상 라운드가 불가할 경우에 환불가능하다.
단지 천재지변에 의한 중단일 경우에도 ▷1~9홀 중단시 9홀 요금 적용 ▷10홀~18홀 중단시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었다.
골프장측의 운영 미숙이나 과도한 경기 지연 등에 따른 환불 내용은 아예 없었다. 특히 천재지변으로 인해 중단할 경우에도 골프장측에 유리한 조항만이 나열돼 있었던 것이다.
이 씨 일행은 환불을 거절당한 것도 그렇지만 골프장 관계자의 사과 한마디 없고 고압적 자세에 기분이 상한 채 나머지 9홀 라운딩을 접고 씁쓸하게 집으로 향해야 했다.
골퍼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말 골퍼 중에 끼어있는 초보자에게 경험있는 동반자가 현장 레슨을 하는 통에 경기가 많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않다는 전언이다.
여기에 주말이면 골프장 측이 돈벌이를 위해 과도하게 끼워넣기를 하기 때문에 오후 티업의 경우 라운딩 도중 어두워져 골프를 중단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생한다는 것이다.
경기지연 사례는 회원제 보다는 대중골프장에서 심한 편이고 특히 9홀짜리 대중골프장이 더 심한 편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모씨(62)도 순천의 S골프장(9홀)에서도 18홀을 도는데 예정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지체돼 5시간 이상 동안 라운딩을 해야 했던 경험이 두어차례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측이 과도하게 많은 팀을 받는 것을 자제하고 홀 중간에 운영요원을 배치해서 플레이 지연을 막아야 하는데도 이에 소홀히 하다보니 일몰에 걸려 라운딩 도중에 중단하거나 야간 라이트 골프를 해야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상당수 골퍼들은 이같은 불합리한 상황에 부딪혀도 불만을 표출을 하기 보다는 안으로 삭여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자칫 항의하거나 환불을 요구하면 블랙리스트에 올라 다음 번 골프장 출입에 문턱이 생길까 우려한 탓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약자인 골퍼를 보호하는 표준약관을 만들어 전국 골프장이 지키도록 해야한다고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시말해 9홀 라운딩에 2시간을 표준으로 삼고 30분 이상 지체되거나 18홀 도합 1시간 이상 지체되면 입장료의 30%를 되돌려 주도록 제도화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막연한 천재지변이라고 할 게 아니라 정의를 구체화 하고 특히 라운딩 도중 비와 눈, 바람 이 어느 정도일 때는 골퍼의 요구에 의해 중단 또는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서 골프장 측의 일방통행식 횡포를 막아야 한다는 아이디어까지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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