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의원 “공공기관 제식구 감싸기 '도 넘었다’…제2 전주환 키우나”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공공기관의 ‘제 식구 감싸기’가 국민 눈높이를 벗어나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국감장에서 제기됐다.
전 연인을 폭행하고, 직장까지 찾아가 난동을 피워 구속 기소된 석유관리원 소속 스토킹 가해자가 정작 사내에서는 감봉 3개월의 솜방망이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위) 양향자 의원(광주서구을)이 석유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석유관리원은 작년 말 연인관계 여성을 스토킹·폭행·협박하여 검찰에 구속 기속된 소속 직원에 대해 ‘감봉 3개월’의 징계를 확정했다.
석유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가해자는 연인관계인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이별 통보를 하자 피해자가 근무하는 직장으로 찾아가 난동을 피웠다. 이후 스토킹·폭행·협박 혐의로 가해자는 체포 및 구속되어 청주교도소에 유치되었고, 피해자와의 합의에 따라 3개월 후 보석으로 석방되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는 범죄사실을 직장에 은폐한 것으로 밝혀졌다. 석유관리원 감사실에 따르면 가해자는 신변 구속 후 누나를 통해 부모님 병간호를 사유로 연차휴가를 신청하면서 구속 사실을 은폐했으며 이를 수상하게 여긴 소속 팀장에 의해 구속 사실이 알려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가해자는 수사자료, 판결문 등을 제출하지 않거나 주요 사건 내용을 모두 삭제하고 제출하였으며, 감사실에서 법원 판결문 열람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에는 법원에 열람제한신청을 하기도 했다.
가해자는 스토킹으로 처벌받기 이전인 2020년 동료 직원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당시 감사실은 가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했으나 ‘직장 분위기 저해’만을 적용했다.
이때 징계위원회는 "표현이 투박해서 그렇지 천성이 나쁜 직원이 아니다", "두 사람은 선후배 간의 고정적인 관념이 더 컸다"라면서 ‘감봉 1개월’의 가벼운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번 스토킹 범죄의 징계를 심의한 징계위원회 역시 "이번 사건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사적인 영역인 경우에는 경징계를 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중징계로 했을 때 개인에게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면서 최종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처분했다.
한편 사건의 후속 조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징계위원회는 가해자에 대해 징계와 별개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과 상담프로그램 등을 병행하도록 하였으나 석유관리원은 지금까지 단 한 차례의 관련 교육과 상담도 실시하지 않았다. 또 가해자는 충청권을 떠나라는 피해자와의 합의도 이행하지 않고, 석유관리원 역시 어떤 인사이동 처분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향자 의원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공기관의 ‘제 식구 봐주기’식 솜방망이 처벌은 더 이상 국민께서 용서하지 않으신다"며 "스토킹 범죄에 관대한 조직 문화가 제2의 전주환을 등장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더 이상 이런 솜방망이 처벌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이번 국감을 통해 공공기관 인사규정 강화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주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월 4일 양 의원은 산업통산자원부 국정감사에서 산자위 산하기관 57곳의 스토킹·디지털 성범죄 인사결격사유 규정을 전수조사하여 공공기관들의 인사 규정 재정비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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