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지하고도 후속조치 전무
교육청‧경찰 철저한 진상조사로 관련자 엄중 조치해야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경신여고에서 일어난 2학년 여고생의 자살은 개인의 선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학교의 무관심과 방치가 A양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어 시민사회에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4일 광주에서 일어난 한 여고생의 죽음은 학교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다면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A양이 다녔던 경신여고 측은 그녀가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들 관계가 원활치 않아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관심 학생으로 분류하고 관리했어야 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학교측은 선생님들이 모든 개별 학생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A양은 고 1학년 때부터 같은 반 학우로부터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2학년이 되어 그 학우들과 다른 반이 되었지만 A양의 근본적 불안감은 해소된 것이 아니었다.
A양은 잦은 조퇴와 결석으로 담임선생에게 최대한 신호를 보냈다. 이를 인지한 담임선생은
27일 상담선생에게 의뢰하여 면담의 자리가 만들어졌다.
상담선생님은 27일 A양과의 면담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상담선생은 면담 후 “A학생은 괜찮은 수준은 아니고 전문 상담 기관에 연락을 해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전문 상담 기관에 연락을 해서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A양에 대해 적극적 대안을 왜 마련하지 못했을까?
상담선생의 말이다. “A양의 학교 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니 아이 중심으로 최대한 맞춰서 규정이든 매뉴얼 이런 것을 떠나서 최대한 아이의 성향에 맞게끔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자가 핵심이었다.”
결국 상담 선생의 얘기는 학생의 처지에 맞춰 매뉴얼에 따라 외부 기관에 알리는 등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상담선생의 이런 나름의 조치는 A학생에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고, 죽음으로 다가가는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도 못했다.
그런 면담이 있던 밤 A학생은 유서를 썼다. 그리고 1차 자살 기도를 했다.
이와 관련 28일 오전 경신여고에서 ‘위기관리위원회’ 가 열렸다. A양과 부모, 학교측 관계자들이 모였다. 경신여고 교감은 “학교에서는 문제가 되는 학생들과 A양을 분리시키려고 했다. 헌데, 피해자인 A학생이 거부했다.” 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A양이 이제 학교생활도 잘하고 해당 학생들과 만남에서 화해도 하고 악수도 하고 잘 해결되었다고 생각했다.”고 회술했다.
하루 전 저녁에 괴로워서 A양이 유서까지 써서 ‘위기관리위원회’를 열었는데 학교 측의 해명은 차거움이 느껴질 정도로 놀랍도록 무심하고 무책임했다. 결국 A양은 4일 2차 자살기도를 했고, 끝내 숨을 거뒀다.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려 학폭 인지가 되었음에도 경찰에 왜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상담선생은 “우선 학부모나 피해 학생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고 말했다.
내성적 성격에 학폭 피해자인 학생이나 학부모가 적극적으로 피해에 대한 개선책을 요구하지 않으면 학교 측은 상관할 수 없다는 논리다.
A양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다. 담임에게 한 번, 상담선생에게 한 번, ‘위기관리위원회’를 연 학교 측에 한 번, 총 세 번이나 있었다.
학교측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매뉴얼대로 협력기관에게 알리고 공동대응을 했으면 A양의 비극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경신여고측은 이 문제가 밖으로 알려질까를 더 두려워했고 죽음까지를 심각하게 고민한 A양의 내면적 고통은 외면했다.
이 사건을 보도로 접한 시민 B씨(광산구 송정동)는 “내 자신 중학생 자녀를 둔 입장에서 학교측의 한심한 대응에 화가 솟구친다”고 말하며 “교육청과 경찰은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관련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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