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은 체념을 택한 것...전북 정치인들이 고민할 지점
[더팩트 | 전주=김도우기자] 더불어민주당 8·28전당대회가 막바지로 달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역대급 득표율’을 말하고 있고, 또 다른 쪽은 최하위 투표율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호남의 ‘외면’이다.
호남의 무관심은 여러 가지 수치로 나타나고 급기야 최고위원 후보 사퇴까지 이어졌다.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전북 남원출신 윤영찬 의원은 22일 사퇴의사를 밝히며 "우리 당 뿌리인 전북과 광주 전남 등 호남 지역의 낮은 투표율은 민주당을 향한 경고 차원이고 그만큼 우리가 병들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칙과 상식으로 민주당의 사당화를 막아보고자 했지만 저지할 길이 더 이상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재명 당대표와 ‘친이재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이 독주하는 상황을 비판하면서 호남의 무관심을 걱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진 대표(전북 장수출신)후보도 "전북 최종 투표율이 30% 초반에 머무른 점이 아쉽고 우려스럽다.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실망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전북 등 호남도 어대명…최고 득표율 예상
이재명 후보가 ‘트리플 스코어’로 압승을 이어가자 한 쪽 시선은 당 최종 득표율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당심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호남에서까지 ‘확대명’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자 역대급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친이재명계 의원은 22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 득표율은 이낙연 전 대표의 득표율이었는데 그보다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심은 물론 민심도 ‘이재명 외에 대안 없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소한 70%대 중반 득표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의원과 당원,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러진 2년 전 전당대회에서는 이낙연 전 대표가 ‘어대낙’(어차피 대표는 이낙연) 기류 속에 60.7%의 득표율로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 일각에선 이 후보가 직전 대선 후보라는 점과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을 비롯한 강성 지지층의 대거 입당, 윤석열정부의 실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80%대 득표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표율 최하위’ 호남 당심 제대로 읽어야
20·21 호남에서 치러진 투표율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양일간 진행된 민주당 호남권 권리 당원 투표율(전북·전남·광주 합산)은 35.49%로 지금까지 누적된 권리당원 평균 투표율(36.44%)보다 낮았다.
민주당 전체 권리당원 118만명 가운데 42만3600여명(35.9%)이 포진한 호남권은 이번 전당대회 최대 승부처로 꼽혀왔다. 그러나 확인된 건 처참한 흥행 실패였다.
지난 20일 실시된 전북 권리당원 선거인단 15만 7,572명 중 5만3,682명 만(34.07%) 투표에 참여했다. 이중 4만1,234명이 이재명 후보에게, 1만2,448명이 박용진 후보에게 투표했다.
21일 광주는 9만 2154명 중 3만1,495명(34.18%)만이 투표해 이날까지 치러진 전국 15개 광역 시·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것이 빤한 상황 속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의식화돼있는 호남권 당원들이 투표 거부로 이를 심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경선 초반부터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확고해지면서, 전당대회 열기는 갈수록 시들해졌다"고 분석했다.
전북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전북지역 의원들이 중앙 정치의 역할을 고민하기보다, 저마다 지역에서 재선·3선에만 주력하다 보니 ‘정치 변방화’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꼬집었다.
지역 정가의 한 당직자는 "28일 대의원 투표와 2차 국민여론조사가 공개 돼봐야 알겠지만 현재 대표·최고위원 결과가 뒤바뀔 가능성이 크지 않다"며 "강성 지지층들의 세가 실려 득표율 자체는 높았을지 모르지만, 투표율만 놓고 본다면 실상 대부분의 당원은 체념을 택한 것 아니냐. 전북 정치인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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