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독립운동했지만 국가로부터 ‘서훈받지 못한 그들’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올해로 광복 77년을 맞이했다. 77년전 그 날 조국의 해방을 위해서 독립운동을 한 이들은 만세를 불렀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그들의 독립운동은 해방이후 이어진 좌우진영의 첨예한 대결 속에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오늘날까지 잊혀진 운동가도 있다.
영화 ‘헤어진 결심’에서 송서래(탕웨이 분)는 밀항선을 타고 한국에 도착하다 한국경찰에 잡힌다. 붙잡힌 대부분은 다시 중국으로 돌려보냈지만 송서래만 한국에 입국을 허락받는다.
그 이유는 외할아버지가 독립운동가였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독립운동가라는 인증을 한국이 해 주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외할아버지는 이른바 국가보훈청의 ‘서훈’을 받은 것이다.
일제강점기에 똑같은 독립운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는 서훈을 받고 어떤 이는 외면받았다.
1915년 함평에서 태어난 김한동 선생은 1925년 4월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에 입학하여 그 해 11월 일어난 광주학생독립운동에 가담했다가 이듬해 1월 퇴학당했다.
그는 1932년 5월 항일·노동운동 단체였던 전남노동협의회에 참가해 체포됐었고 1937년 4월 서울에서 항일 적색노동조합 준비위원회에 참가했다가 1939년 치안유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형 선고받고 1941년 만기 출옥했다. 해방 후 1948년 미군정청의 군정법령을 위반해 5년형을 선고받고 진주교도소에 수감되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퇴각하던 국군은 사회주의계열 인사들을 학살했는데 2004년 태풍 루시로 학살현장이 드러나면서 그의 죽음이 세상에 밝혀졌다.
하지만 그는 국가로부터 ‘서훈’받지 못했다. 이른바 좌익운동을 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기홍 선생은 1929년 광주고보 2년 재학 중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가했다. 이듬해에는 백지동맹을 주도하다 퇴학 당했다. 낙향 후에는 농민운동에 투신했고, 독재정권 하에서는 민주화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다.
장재성 선생은 광주고보 졸업생으로 광주학생독립운동 시위를 이끌었다. 그는 광주에서 시작된 시위를 전국화하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위에 참여하다 구속돼 재판에 넘겨져 4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했다.
해방 정국에서 남북 분단에 반대해 세 차례 북을 오간 그는 1948년 징역 7년을 선고 받았고, 광주형무소에 수감돼 있던 1950년 7월20일 무등산으로 끌려가 총살당했다.
이들 또한 국가로부터 ‘서훈’받지 못했다. 역시 좌익운동이 발목을 잡았다.
김한동 선생 장남 김승일씨는 "저의 큰아버지 김재동 선생은 국가로부터 애족장을 받았다. 같은 독립운동을 했어도 아버지에게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빨갱이’ 프레임을 씌워 ‘서훈’을 해주지 않고 있다.” 며 안타까워했다.
국가로부터 외면당한 이들은 매년 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가 국민의 이름으로 ‘서훈’을 해주고 있다. 올해는 야정 강석봉 선생이 받는다. 1898년 광주에서 태어난 강선생은 광주 3⋅1운동 비밀결사와 완도 소안도 항일운동 비밀결사를 했지만 해방후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서훈’받지 못했다.
한국광복군 총사령관 지청천 장군 후손인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은 “현재 해방이전의 좌익운동 한 것은 문제삼지 않기로 합의했다. 해방이후 좌익운동으로 형사처벌 전력과 국가보안법과 월북하신 분들은 서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애매한 이유로 ‘서훈’되지 않은 분들도 많다” 며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주의 운동을 했다는 풍문이나 주변사람들의 확인되지 않은 구술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고 말했다.
이어 “해방전 좌익운동은 문제 삼지 않기로 했지만 사실 보훈처에서는 이를 문제삼아 서훈을 보류하기도 한다” 면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에 대해서 서훈을 할 경우 보수단체에 의해서 공격을 받다보니 ‘서훈’의 후폭풍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 며 안타까워 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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