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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영암경찰, 낯 뜨거운 변명 ‘고발인 기피신청 묵살’

  • 전국 | 2022-08-08 16:33
영암경찰서 전경/영암=홍정열 기자
영암경찰서 전경/영암=홍정열 기자

[더팩트 | 영암=홍정열 기자] 전남 영암경찰서가 고발인의 기피신청을 불수용 결정해 낯 뜨거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더팩트>광주전남본부는 지난 5월 25일 우승희(현 영암군수) 당시 민주당 영암군수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 영암경찰서 지능팀 N모 수사관은 <더팩트> 홍정열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박 모 씨와의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우려하신 대로 우승희 씨하고 그런 관계는 사실은 아닌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선 정확한 조사를 받아봐야 되겠지만, 현재는 그렇게까진 아니신 것 같으니까 조사를 하고,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말을 전했다.

이에 홍 기자는 N수사관이 ‘피고발인에게 특별한 혐의가 없는 것처럼 편파적 생각을 갖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 6월 말일께 영암경찰서 감사관실에 수사팀 및 수사관 기피를 신청했다.

하지만 영암경찰서는 7월 4일 ‘기피신청 수용 여부 결정 통지문’에서 ‘N수사간은 불공정한 수사를 할 염려가 있다고 볼만한 객관적·구체적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어 수사관 교체 요구를 불수용 했다’고 알렸다.

앞서 이 사건 고발의 핵심은 올 6월 지방선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암군에 거주한 박 모 씨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훨씬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우승희 도의원에 대해 비판의 글을 올린 후 삭제했다.

페이스북에 게시된 이 글은 상당히 객관적이고 구체성을 담고 있다. 따라서 제보자에 의해 캡처된 박 씨의 글이 결국 보도의 근간이 됐다.

당시 박 씨가 올린 글을 사진과 함께 공개한다.

박 모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당시 우승희 도의원에 대한 비판의 글/영암=홍정열 기자
박 모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당시 우승희 도의원에 대한 비판의 글/영암=홍정열 기자

[박 모 씨의 글]

영암 우승희, 목포 김원이

다음 선거 땐 반드시 안동에 가서 출마하시라. 군민들 후려서 당원 명부 작성케 말고...만나는 마을 분들마다 하시는 말씀!

"우승희가 이재명 지지하는 줄 알았으면 안 써줬제. 열 달 동안 권리당원 해달라 만 원씩 주길래 이낙연 지지하는 줄 알고 써줬등만 욕쟁이 지지한다고? 겁나웃겨불구만잉..."

입당원서 들고 다니신 분,나한테도 권리당원 써달라길래 정신 차리라며 사정없이 퍼부서붐.대꾸도 못하길래 짠해서 밥 사줌.

*<민주당 전남도의원 이·이·정지지 몇대몇전남도의회 전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간 경쟁이...>이란 이 부분은 무등일보 기사를 복사한 것으로 추정됨.

이같이 박 씨는 ‘우승희 씨가 열 달 동안 권리당원 해달라고 돈을 주기에 입당원서 써줬다’며 우승희이란 이름을 특정하고 있다. 특히 ‘써줬다’라는 행위의 동사까지 수반하며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또한 ‘열 달’ ‘권리당원’ 이란 단어로 구체성을 담고 있으며, 객관적 주장에서는 ‘이낙연’ 이재명‘이란 실명을 직접 거론한다.

박 씨는 글에서 우승희 씨에 대한 비판적 글을 공개하게 된 배경도 표출했다. 우승희 씨가 이낙연 후보 지지한 줄 알았는데,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글을 올렸다는 심경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우승희, 목포 김원이(국회의원) 다음 선거 땐 안동 가서 출마하라며 직격하는 문장에선 소통을 단절하겠다는 절대적 각오의 비장함이 서려 있음이 읽힌다.

사진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영암군수 후보로 나선 우승희 후보가 <더팩트>보도는 가짜뉴스라며 웹자보를 제작해 유권자인 영암군민 대다수에게 모바일을 통해 유포한 내용이다./영암=홍정열 기자
사진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영암군수 후보로 나선 우승희 후보가 <더팩트>보도는 가짜뉴스라며 웹자보를 제작해 유권자인 영암군민 대다수에게 모바일을 통해 유포한 내용이다./영암=홍정열 기자

당시 우승희 후보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더팩트> 기사를 가짜뉴스라며 웹자보(사진)를 제작해 유권자인 영암군민 대다수에게 모바일을 통해 유포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허위를 주장하는 세력은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하게 언급했다.

홍 기자는 우승희 후보의 이 같은 주장에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허위사실 유포)로 우 씨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 의혹은 꼬리를 물고…박 씨는 왜 자신의 글을 삭제했는가

제보받은 A4용지에는 17시간이란 숫자가 표기돼 있다. 시간의 흐름을 특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제보자는 박 모 씨가 글을 올린 17시간 또는 18시간 이전에 글을 캡처했다는 추론이 나온다.

하지만 이 글은 17시간 이후에 삭제된다. 24시간 이전 또는 24시간 이후에 삭제됐는지는 박 씨 외에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왜 삭제했느냐는 것이다. 삭제하기까지 분명 심경의 변화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이 글이 사실에 의한 글인지, 아니면 허위로 작성해 게시했는지이다. 실수로 글을 작성해 삭제했더라도 허위사실을 적시했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사실에 근거한 글이라면 삭제하기까지 혹여 누군가의 교사가 있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에 일각에선 실제적 의혹이 증폭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허위로 작성했어도 박 씨는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사실이라면 우승희 씨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박 씨가 권리당원 입당원서를 써준 댓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면 이 또한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이래저래 박 씨는 법적 영역에 놓이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직면하게 됐다.

◇우승희, 정말 박 씨 몰랐을까…박 씨는 왜 우승희를 특정할까

박 씨는 글에서 우승희란 이름을 특정하고 있다. 왜 하필 ‘우승희’인가라는 것이다. 그 많은 선출직 중 우승희 씨를 꼬집어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비록 개연성을 예시로 하지만 글 내용이 사실이기에 우승희 씨를 지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사실이 아닌 허위의 글이라면 박 씨는 우승희 씨 명예를 훼손시킨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자가 된다.

우승희 씨 입장에선 떳떳하다면 명예 회복에 나서야 하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그러함에도 객관적 사실을 확인하고 보도한 언론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 언뜻 납득하기 어렵다. 반면 자신의 명예를 페이스북 친구 그룹인 불특정 다수에게 알려 명예를 손상시킨 박 씨에게는 관대한 인상을 주는듯해 의혹은 꼬리를 물고 잇따른다.

◇우승희, 박 씨 ‘진성서’ 접수 아닌 직접 ‘고소’는 왜 못하는가!

우승희 씨 본인이 언론사에 책임을 묻겠다는 심정이라면 글을 올린 근본적 당사자는 왜 고소를 안 하는지 해명해야 한다. 자신이 박 씨의 글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기에 그렇다. 고소를 못 한다면 의혹은 더욱 증폭된다.

이유는 두 사람이 서로 아는 사이, 또는 글을 삭제하라 교사했던지, 그래서 고소하면 박 씨에게 ‘무고죄’로 되려 엮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인지, 이러한 가설들이 고개를 드는데도 영암경찰서에 진정서를 접수했다는 이유 하나로 두리뭉술 넘기고자 한다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하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도둑은 살리고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사람을 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를 바 있는가. 웹자보를 제작해 영암군민 대다수에게 유포한 지능적 대범함과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당당함으로 박 씨를 고소하는 것이 언론에 대한 백해무익한 관념보다 백번 더 낫겠다 싶다.

◇N수사관 ‘사실은 아닌 것 같다’며 왜 ‘사실’을 강조하는지…우승희 씨와 박 씨의 연관성을 극구 부인하는 설명으로 이해시키려는 의도는 무엇인가?

영암경찰서의 수사관 교체 불수용은 매우 부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N수사관이 고발인, 피고발인 조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급한 발언에는 아예 눈을 감은듯 싶다. N수사관은 고발인에게 우승희 씨와 박 모 씨는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우려하지 말고, 걱정도 하지 말라고 당부하는데도 말이다.

고발인이 우려할 것 같으면 왜 고발하며, 걱정할 것 같으면 왜 보도를 했겠는가.

◇ 고발인, 매우 우려스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수사팀 및 수사관 교체 신청

가짜뉴스인지를 조사해달라는 고발 내용이 자칫 우승희 씨와 박 모 씨가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결론 내리면 영암경찰서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매우 우려스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수사팀 및 수사관 교체를 신청했음을 밝힌다.

고발 핵심은 지방선거 기간 기자가 보도한 내용을 가짜뉴스로 단정한 우승희 후보의 주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법적 책임을 가리자는 것이다. 당시 우승희 후보 주장이 허위이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고, 보도 내용이 가짜이면 고발인인 본 기자에게 책임을 물으면 되는 일이다.

따라서 이 같은 내용의 이해를 돕고자 <더팩트>는 영암경찰서의 납득할 수 없는 기피신청 결과에 대해 N수사관이 발언한 핵심 내용을 지면에 공개한다.

[6월 23일 통화 내용]

N수사관 : (박모 씨와의 통화 내용을 전하면서) 우려하신 대로 우승희 씨하고 그런 관계는 아닌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제 정확한 조사를 받아봐야 되지만 현재는 그렇게까진 아니신 것 같으니 조사를 하고, 걱정하지 마세요.

고발인 : 나를 조사해보던지, 박 모 씨를 조사해 봤어요? 박 씨 말만 듣고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우승희 씨하고?

N수사관 : 제가 방금 뭐라 했습니까, 제가 방금? 박 모 씨는 어제 내가 통화를 몇 시간 했는데.

고발인 : 거기에 대해, 아, 제 말 들어보세요.

N수사관 : 그러니까 조사를 한 다음에 얘기한다 했잖아요.

고발인 : 제 말 들어보세요. 조사도 한 번 안 해보고 우승희 씨하고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요?

N수사관 : 제가 지금 단정했습니까?

고발인 : 게다가 (박 모 씨가)페이스북에, 페이스북에 불특정 다수를...

N수사관 : 제가 감정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분이 이러이러 진술하니까 조사는 받아봐야 되는데 관계는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했지 않습니까?

고발인 : 여보세요. 여보세요. 경찰관 바꿔주세요. -끝-

한편 <더팩트>광주전남 취재본부는 <더팩트>명예를 훼손한 우승희 영암군수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따른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민·형사 소송을 조만간 진행할 방침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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