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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우영우 나무 훼손될까 걱정”…평일에도 창원 팽나무 찾는 관광객 ‘북적북적’

  • 전국 | 2022-07-27 19:00

일부 관광객, 500년 된 보호수에 음료 버리고, 노상방뇨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유명세를 얻은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의 보호수인 팽나무. 평일에도 팽나무를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북적인다./창원=강보금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와 유명세를 얻은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의 보호수인 팽나무. 평일에도 팽나무를 보기 위해 모인 관광객의 발걸음으로 북적인다./창원=강보금 기자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드라마 속 팽나무를 보러 오는 것도 좋지만, 나무가 훼손될까 걱정입니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한 에피소드에 나온 ‘소덕동 팽나무’는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북부리 동부마을에 있는 오래된 보호수다. 이 팽나무는 높이 16m, 둘레 6.8m에 달하는 거대한 나무로 나이는 약 500년 정도로 추정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명 ‘우영우 나무’를 보기 위해 동부마을을 찾는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7일 오후 2시, 평일임에도 ‘우영우 나무’가 있는 마을 논 옆으로 난 길가는 관광객의 차량으로 혼잡하다. 이 때문에 주변 공사현장을 왕래하는 대형 기중기 등 공사 차량이 통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팽나무는 마을 가장자리 동산에 높게 솟아 있는데, 마을 주민들은 이 팽나무를 수호신처럼 여겨 '당산나무'라고 부른다.

언덕을 오르는 길목의 주택 담벼락에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팽나무 가는 길’이란 팻말이 놓여 있고, 극 중 우영우 변호사가 좋아하는 고래 그림으로 꾸며져 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 언덕을 오르다 보면, 드디어 웅장한 팽나무가 무더위를 식히고 가라는 듯 커다란 그늘을 드리우며 팔을 벌리고 있다.

일명 '우영우 나무'를 찾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인근 주택가 담벼락에 그려진 고래 벽화를 지나 팽나무가 있는 동산으로 향하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일명 '우영우 나무'를 찾은 관광객의 발걸음이 인근 주택가 담벼락에 그려진 고래 벽화를 지나 팽나무가 있는 동산으로 향하고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드라마가 흥행하며 고요하던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것을 좋게 보는 시선도 있지만 갑작스러운 인파에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날 팽나무를 찾은 관광객 손수연(36)씨는 "드라마에 나온 팽나무를 실제로 보고 즐길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긴 하지만, 팽나무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가져온 음료를 땅에 버리고, 화장실을 찾지 못해 아무 곳이나 노상방뇨를 하는 등 눈살이 찌푸려지는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됐다"면서 "보호수라는 개념을 갖고 잘 지켜야 하는데 사진을 찍기 위해 팽나무를 만지고 기대는 등 보호수가 훼손될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부모님과 함께 팽나무를 찾은 김노을(5) 어린이는 "드라마에서 본 나무가 멋있지만, 사람도 많고 시끄러워서 다시 오고 싶지 않다"며 투정 섞인 말투로 고백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팽나무에 기대 기념촬영 하는 관광객의 모습./창원=강보금 기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팽나무에 기대 기념촬영 하는 관광객의 모습./창원=강보금 기자

팽나무 바로 앞에 있는 한 무덤에는 "어린이들이 밟고 올라선다"며 붉은 끈으로 간이 울타리를 쳐 놓기도 했다.

창원시 성산구 주민인 60대 부부는 "드라마 촬영지가 있다는 소식에 이곳을 찾았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며 "주변에 논밭밖에 없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인기로 주민들이 피해를 받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희미한 미소를 띠며 소감을 전했다.

이에 창원시는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일어난 ‘우영우 신드롬’ 속에 창원의 팽나무가 자리한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도 "앞으로 동부마을을 찾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갈등 없이 팽나무를 지킬 수 있도록 방안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창원시는 팽나무 인근 3곳에 쓰레기통을 설치했으며, 향후 공중화장실 설치, 경찰 교통지도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명 '우영우 나무'로 향하는 길목에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일명 '우영우 나무'로 향하는 길목에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창원=강보금 기자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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