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있어도 전기세 걱정에 선풍기 한대로 버텨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임대주택에 담첨이 됐었지... 그런데 보증금 300만원이 없어 들어가지 못했어 몸 뉠 이 방과 저기 부엌 하나 딸린 여기가 월세 20만원이야. 나라에서 나오는 돈의 절반이 방값으로 나가는 거지"
충남 천안시 사직동에 거주하는 신연식(83) 할머니의 거주 공간은 이른바 쪽방촌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천안중앙시장 뒷골목 어귀에 위치한 이곳의 입구는 한낮임에도 햇빛 한 줌 들어서지 않아 깊은 동굴 앞에 서 있는 듯했다.
입구를 지나면 사람 한두 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복도를 두고 7~8개의 방이 양옆으로 줄지어 있다. 신 할머니는 5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 쪽방촌의 최고령자다.
고령에 나이에 열악한 거주 환경은 무더운 여름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선풍기 한 대로 버티고 있다. 전에 살던 사람이 두고 간 중고 에어컨이 있지만 전기세가 두려워 켤 엄두조차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쪽방촌의 특성상 이웃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환경에 문조차 열어두기도 어렵다. 다른 사람들이 일을 나간 뒤에나 겨우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가득찬 열기를 환기하는 게 고작이다.
겨울은 더욱 곤욕이다. 기름 보일러는 있지만 고장 난 지 오래돼 전기장판 하나로 지내야 한다. 그마저도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온도는 가장 낮게 하고 집안에 있는 모든 이불을 꺼내 겹겹이 덮고 버텨야 한다.
신 씨는 "버티는 게 익숙해도 해마다 더 덥고 더 추워지고 있다"며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 겁이난다"고 말했다.
밥 한 끼 해 먹는 것도 큰일이다. 그 흔한 가스레인지조차 없어서다.
도시가스는 고사하고 LPG 가스통을 배달해 사용해야 하는 동네다 보니 매번 사야 하는 가스요금이 부담이다. 그는 "찌개를 먹고 싶으면 방에 있는 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만드는데 여름엔 버너를 켜면 방이 더 더워져 엄두도 내지 못한다"며 "미숫가루로 한 끼를 때우는 게 가장 편안하다"고 했다.
신 할머니의 마지막 꿈은 임대주택으로의 이사다.
이미 몇 년 전 임대주택에 당첨이 됐었지만 보증금 300만원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야 했다. 마땅한 직업이 없이 노인연금과 기초생활 수급자 지원금만으로 생활하는 그에게 300만원은 큰 돈이다.
그는 "얼마 전에 아는 사람이 임대주택에 돼서 가봤더니 집은 작아도 따뜻한 물 나오고 깨끗해 사람이 살기 좋더라"며 "지금 이 집이 월세가 20만원인데 임대주택에 비교할 수도 없지 않냐?"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살아가는 신 할머니의 유일한 친구는 온종일 켜있는 TV와 일주일에 한번 연락하는 복지관 직원이 전부다.
그는 "이렇게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금요일이면 오는 복지관 직원 전화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며 "직원이 직접 오기도 하는데 그렇게 와서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면 또 일주일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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