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1인 3역하며 가스라이팅 통해 피해 여성 심리 조정
[더팩트 | 완주=이경민 기자] 전북 완주군의 한 폐가에서 40대 동거녀를 살해한 진모(40대) 씨가 범행 전 가스라이팅을 통해 피해 여성에게 살해될 장소를 계약하게 했고, 시신을 유기할 가방도 직접 구입시킨 잔인함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진 씨는 지난달 18일 완주군 후정리의 한 폐가에서 동거녀 김모(40) 씨를 살해한 뒤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유기했다.
이에 앞서 진 씨는 범행 이틀 전인 지난달 16일 장군보살이라는 점쟁이를 사칭해 "오늘 핸드폰 번호를 변경하고, 집을 빨리 알아봐서 아주 큰 가방 2개를 사야 된다. 그 가방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갈 것이다. 가방은 미리 사놔야 한다. 제일 큰 캐리어야 한다. 그리고 그 주택에서 깊은 잠에 빠지면 부처와 (돌아가신)어머니를 보게 될 것이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김 씨에게 보냈다.
장군보살은 진 씨가 김 씨를 이른바 가스라이팅을 하기 위해서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이는 경찰이 피해 여성의 휴대전화를 진 씨로부터 압수한 뒤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한 결과 진 씨가 2년 동안 장군보살 외 1인 3역을 하며 김 씨의 심리를 지배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김 씨는 장군보살의 지시대로 완주군 삼례읍의 한 상가에서 큰 여행용 가방을 구입했으며, 범행 장소인 한 폐가도 직접 계약 후 이사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 씨는 범행의 모든 준비가 끝나자 김 씨에게 "시험 중 가장 흔한 시험에 빠져들어 부처가 노했다. 장군보살이 주는 약을 먹으면 부처와 엄마를 만날 수 있지만 자신 없으면 하지 마라"고 재차 가스라이팅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살해당한 김 씨는 지난달 18일 오전 12시 10분 생전 마지막 남긴 문자 메시지에서 당시의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김 씨는 이날 "오빠(진 씨)입장에선 두 분(장군보살 등 가상인물)의 입장에선 아무것도 아닌 것 중에 그냥 스쳐지나가는 그런 시험이겠지만... 제가 이런 말 하는 것조차 우습다는 것도 알고, 애들이 소꿉장난하는 그런 것일 수 있지만... 저에겐 너무나도 힘들고 숨이 막힙니다...(중략)...보살이 주는 약을 먹고 부처를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저 해내긴 할 건데요, 가슴이 너무 아픕니다"라고 자신에게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같은 날 김 씨는 장군보살이 준비한 약(수면제)을 먹고 잠에 들었고, 진 씨는 이런 김 씨를 살해한 뒤 김 씨가 구입한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유기했다. 또 진 씨는 완전범죄를 위해 김 씨가 계약한 폐가에 시신이 담긴 가방을 묻을 구덩이를 파려 했으며, 그의 가족들에게는 "김 씨가 자신의 돈 40억 원을 가지고 도망갔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한 진 씨를 지난 1일 검찰에 송치했다. 안타까운 사건이다"고 말했다.
scoop@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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