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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외국인노동자로 구성된 '외인구단' 아시아FC 창단

  • 전국 | 2022-03-07 13:56

김복주 목사 오랜 노력으로 K리그 등록 예정 “쓸쓸한 한국살이 희망 만들어주고 싶어”

6일 오후 3시 광주시 평동산단(광산구) 체육공원에 모인 아시아FC 창단 멤버들이 몸을 풀고 있다./광주=박호재 기자
6일 오후 3시 광주시 평동산단(광산구) 체육공원에 모인 아시아FC 창단 멤버들이 몸을 풀고 있다./광주=박호재 기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국내 최초로 외국인 노동자들로 구성된 축구팀이 창단돼 화제가 되고 있다. 광주 평동산업단지에서 일하는 6개국 외국인 노동자들이 창단 멤버가 된 ‘아시아 FC'가 첫 발을 떼기까지에는 김복주 목사(감독)의 10여 년 각고의 세월이 밑거름이 됐다.

김 목사가 이들 선수들과 축구를 통해 맺어진 것은 10년 전 추석 무렵이다. 추석이나 설 등 한국의 명절은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에겐 쓸쓸하기 그지없는 연휴다. 공장은 쉬고 마땅히 갈 데가 없다보니 향수병도 도진다.

이 외로움을 같은 처지의 동료들과 어울리는 술자리로 풀다보니 폭행, 교통사고 등 뜻밖의 사건 사고도 많이 발생했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김 목사는 ‘한가위 전국 외국인 노동자 축구대회’라는 스포츠 이벤트를 추진했다. 평소 축구를 즐겨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가위 연휴 기간 동안에 한 곳에 모여 축구를 즐기는 축제를 만든 것이다.

10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첫 외국인노동자 '외인구단' 아시아 FC를 창단, K리그 등록 절차를 추진 중인 김복주 목사./광주=박호재 기자
10여 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국내 첫 외국인노동자 '외인구단' 아시아 FC를 창단, K리그 등록 절차를 추진 중인 김복주 목사./광주=박호재 기자

대회는 기대했던 이상의 결실로 나타났다. 팀을 이뤄 주말 축구를 즐기던 전국의 외국인 노동자 축구팀이 첫 대회부터 대거 참석했으며, 9회 째 행사에 이르면서 전국에서 대형버스를 타고 45개 팀이 응원단과 함께 광주 평동 산단 운동장에 모이는 등 성황을 이뤘다.

상금, 상패, 경품, 구장 대여료 등 적잖은 경비가 소요되는 일이었지만 김 목사는 편의점 야간 알바를 해야 하는 생활고 속에서도 축구대회를 매년 거르지 않았다.

김 목사의 헌신적인 노력도 코로나 팬데믹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현실적으로 한가위 대회가 불가능해지자 김 목사는 상징적인 축구단을 만들어 이들 외국인노동자들의 열망을 수렴해보자는 생각에 이르렀다.

외국인 노동자 선수들로만 구성된 국내 첫 외인구단 ‘아시아 FC'는 그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참여 선수 모두 대한축구협회에 선수로 등록됐고, 추진중인 K리그 등록이 완료되면 시‧군‧구 리그인 K-9에서부터 활동을 개시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지정한 대회에서 승률이 좋으면 1년 단위 평가를 통해 상위 리그로 단계를 높여간다.

네팔 출신 아시아FC 창단 멤버인 껄리까 비제이. 그는 열심히해서
네팔 출신 아시아FC 창단 멤버인 껄리까 비제이. 그는 열심히해서 "한국에서도 이렇게 즐겁고 보람있게 살고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팀에 참여한 포부를 밝혔다. /광주=박호재 기자

김 목사는 "축구협회가 규정한 창단 승인 요건이 엄격해 등록 선수 선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히며 "현재 5개국 20명의 선수가 아시아FC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고 그동안의 녹록치 않았던 경과를 설명했다.

김 목사는 "대단한 팀으로의 도약 보다는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몸으로 즐기며 친교 하는 기회를 넓혀보자는 게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한 창단 취지였다"고 강조하며 "운동을 통해 체력들이 좋아지니까 소속 회사에서도 무척 반기고 있다"고 밝혔다.

네팔 출신의 선수 껄리까 비제이는 "공식 축구단 창단 멤버로 참여한 게 기쁘다.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준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말하며 "열심히 해서 한국에 와서도 이렇게 즐겁고 보람있게 살고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김 목사는 비록 가장 낮은 단계이지만 K리그에서 뛸 수 있는 공식 여건을 갖췄으니 팀 결성의 취지에 공감하는 뜻있는 후원자를 찾아 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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