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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원, 조선시대 과거 시험용 한지 제조법 구명

  • 전국 | 2021-11-16 09:47
조선시대 한지 제조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조선시대 한지 제조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가로형, 세로형 두 가지...2인 1조 방식으로 제작

[더팩트 | 대전=박종명 기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조선시대 과거 시험용으로 사용했던 전통 한지 '시지(試紙)' 제조 기술을 구명했다.

과학원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는 총 2068회 연평균 약 4회의 과거가 치러졌다. 1840년대 이후 1회 평균 과거 응시자 수는 약 13만∼15만명, 1879년에는 21만3500명으로 최다 응시자를 기록할 정도로 조선시대 시지의 소비량은 상당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당시에는 시험지를 응시자가 직접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과거제의 폐지와 서구화로 시지가 점차 사라져 제조법에 대한 명확한 기록도 남지 않았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경상국립대학교 인테리어재료공학과, 경북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조현진한지연구소와 공동 연구로 실물 시권 유물 33점과 한국학자료센터의 디지털화 시권 유물 267건에 대한 특성을 분석해 시지의 제조법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고 16일 밝혔다.

모양은 가로형과 세로형 두 가지가 있으며, 가로형은 세로형을 2장 또는 그 이상 이어붙여 제작됐다. 세로형의 평균 크기는 가로 81㎝, 세로 124㎝로 현재 생산되고 있는 일반적인 전통한지 크기(세로 63㎝, 가로 93㎝)보다 훨씬 큰 것으로 확인됐다.

일제강점기의 사진 몇 장을 통해 조선 시대로부터 내려온 2인 1조 방식의 한지 제조법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지 제조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한지 제조 사진 /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또 시지는 4∼12겹 이상으로 제작돼 매우 두껍고 밀도가 높으며, 아밀로펙틴으로만 구성된 전분이 아닌 아밀로오스 성분도 혼합된 전분을 처리한 후 다듬이질과 같은 가공 처리를 통해 표면을 매끄럽게 해 먹이 번지지 않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는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1960년대 세검정의 한지 공방에서 2인 1조식 한지 제조법을 익힌 국가무형문화재 신현세 한지장에게 의뢰, 전통 방식에 준한 공정을 통해 시지 제작에 착수했다.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손영모 소장은 "시지 제조기술 규명은 우수한 한지 문화 발굴과 한지 분야 저변 확대에 큰 의의가 있다"며 "고급 한지 제조기술을 응용한다면 부가가치 높은 현대적인 새로운 용도 창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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