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안동=이민 기자] "간판만 바꿔달면 학교 경쟁력이 스스로 높아지나요?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교명만 바꾸면 뭐합니까"
안동대학교 학생회 한 간부가 교명 변경을 겨냥해 이같이 밝혔다.
경북 안동의 국립대학인 안동대학교가 대학의 대외 인지도를 높이려는 차원에서 교명에 ‘국립’을 넣어 변경하는 것을 시도 중이다.
이는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지역 국립대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위기 극복을 위해 교명에 ‘국립’을 넣는 수법으로 인지도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다른 국립대학도 ‘국립’을 넣어 교명을 변경하는 일이 잇따르자 대학들의 교명 교체 현상을 두고 단순한 ‘간판 바꾸기’보다 대학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안동대학교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교명변경 설문조사 결과 안동대 구성원 6014명 중 1343명(22.3%)이 응답해 이 중 86.5%가 찬성, 구성원별 참여비율은 학생 19.2%, 교수 42.3%, 직원 52.1%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전체 학생 5357명 가운데 884명만 찬성했다. 교수 279명 중 109명 찬성, 직원 378명 중 169명이 찬성했다. 나머지는 반대나 무응답이다.
현재 안동대는 언제부턴가 학교 정문과 건물 외벽, 통학버스, 학과별 입간판, 신입생 홍보물, 홈페이지 등에 은근슬쩍 ‘국립안동대학’으로 표기하고 있지만, 정작 교육부에 등록된 교명은 ‘안동대학교’이다.
안동대의 이 같은 국립 넣기 ‘꼼수’에도 2021학년도 신입생은 27.1%, 398명이 미달 돼 국립대학의 자존심이 바닥을 나뒹군다.
또 올해 수시모집에서 지난해보다 67명 늘린 1313명을 모집했지만, 지난해보다 250명 정도 부족한 4975명이 지원했다. 수시 경쟁률을 보면 2019학년도 5.3대 1에서 2020학년도 4.7대 1, 2021학년도 4.2대 1에 이어 2022학년도는 3.79대 1로 3년 연속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 교육전문가는 "학교 이름만 바꾼다고 전부 다 바뀌는 게 아니다"며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입시률이 말하듯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부터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대 학생회 관계자는 "미대와 음대는 신입생이 없어 학과의 존폐를 논해야 할 정도다"며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정책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학교 간판 바꾸는 게 더 중요한지 몰랐다"며 분개했다.
안동대 한 졸업생은 "예전부터 ‘국립안동대학’이라 표기해서 정식 교명이 바뀐 줄 알았다"면서 "신입생을 유치하려고 쓸데없는 ‘꼼수’를 부렸지만, 결국 미달사태를 맞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국립대학에서 ‘국립’을 교명에 넣어 신입생 유치전략으로 사용하는 곳이 많아졌다"며 "교명 변경신청 절차가 완료되려면 해당 지자체와 협의도 해야 하고, 시간도 몇 개월씩 걸리며 예산도 많이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안동대학교 관계자는 "학교 교명에 ‘국립’을 넣어 사용한 시기는 알 수 없으며, 간판과 홍보물 등에 든 예산은 해당 자료가 있는지 찾아봐야 알 수 있다"며 "교육부에 등록된 교명인 ‘안동대학교’가 아닌 ‘국립안동대학교’를 사용하는 이유는 알려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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