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지침 위반·규정 위반·고발 사건 19개월 지연 등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전남 나주 경찰이 최근 들어 복무지침을 위반해 징계를 받거나 사건 관계인과 금전을 거래하고, 80억원대 법인 횡령 고소 사건을 19개월 동안 늑장 수사하는 등 공직기강과 신뢰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0일 나주경찰서 등에 따르면 나주경찰서장과 나주서 소속 간부 경찰관 3명은 특별방역 관리주간인 지난 4월 28일 연가를 내고 전남 영암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쳐 감염병 예방을 위한 복무 지침(공직사회 준수사항) 위반으로 징계(감봉)를 받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나주경찰서 여성청소년과 A경위가 사건 관계인과 금전 거래한 혐의(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의혹) 등으로 감찰을 받았다.
A경위는 나주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처리 과정에서 편리를 봐주는 대가로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A경위는 이혼한 노부부와 가족들이 관계된 폭행사건에서 '돈을 받아주겠다'거나 '쌍방폭행이니 양쪽 다 벌금을 내야 하니 화해해라' 등 합의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조서를 받기로 약속하고도 자리를 비워 연기하거나, 오후 6시 이후에 나오도록 하고 출석 후에도 조서를 받지 않은 수사 지연과 사건을 무마하려 했던 의혹을 받았다.
나주경찰서는 A경위에 대해 감찰을 벌여 사건 관계인과의 금전 거래시에는 사전에 신고토록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점 등 일부 부적절한 사실을 확인하고 그해 12월 직위 해제했다.
A경위는 감찰 조사에서 "급전이 필요해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렸을 뿐"이라며, 부정 의혹에 대해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나주경찰서는 지난해 2월 80억원대 법인 자금 횡령 고발사건을 접수하고도 현재까지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나주경찰서와 고발인들에 따르면 2020년 2월 무역업체 전 대표 A씨 등 4명이 법인 카드깡과 법인 차량깡, 국가출연기금 등 80억대 법인자금을 횡령했다는 고발장을 접수받고도 1년 넘도록 수사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더 황당한 것은 고발인들이 무역업체 전 대표 A씨를 사기로 고발한 사건이 기소돼 현재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고발인들은 재판과정에서 확보한 횡령과 관련된 통장 사본 등 증거자료를 경찰에 제출하고 관련 수사를 1년여 동안 수십 차례 강력히 요구했지만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고발인들이 나주경찰에 제출한 증거자료를 살펴보면 사기와 횡령 혐의를 받는 A대표는 서울 용산의 한 백화점에서 3000만원에서 5000만원의 상품권을 법인 카드로 구매하고 다음 날 법인통장에서 카드대금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횡령한 의혹을 받는다. A대표는 이 상품권을 상품권거래소에 내다 파는 일명 '상품권 깡'을 통해 현금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A대표는 캐피탈을 통해 고가의 중고 자동차를 매입하고 한 달 이내에 캐피탈에 완납하고 매입한 자동차를 중고자동차매매상사에 되파는 방식으로 총 5차례에 걸쳐 수억 원을 빼돌린 사실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특히 나주경찰은 A대표가 사기로 재판 중인 과정에서 제출된 '기계제작대금(국가출연기금) 페이백 의혹' 통장 거래 증거자료를 받고서도 이에 대한 수사는 일절 하지 않았고 올해 3월 피고발인들을 기소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당시에도 국가출연기금 12억원 횡령 사건은 빠트린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 사건담당 경찰은 상부에 기계제작대금 페이백 의혹 관련 증거자료를 받지 않았다고 거짓 해명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발인 A대표의 변호인은 직무 연관성이 있는 광주·전남경찰청 소속 고위 간부 등과 여러 차례 골프를 쳐 2017년 7월 언론 보도되는 등 물의를 빚은 경찰 출신 변호사다.
나주 경찰은 "국가출연기금의 경우 일반 횡령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해 별건으로 처리하고 피고발인들을 구속 송치시키기 위해서는 50억원 상당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부터 조사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수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이 사건 고발인 변호사는 "수사 초기부터 기술보증기금 수사를 빨리 진행해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담당 경찰은 '알겠다. 수사 중이다'고 시늉만 했을 뿐 검찰 송치 때 보고서에는 그 내용은 빠져 있었고, 재송치할 때도 해당 내용은 빠져 있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1년여간 수사를 진행하며 무엇을 수사했고, 피고발인 수사 진척이 왜 더딘지, 검찰의 '재수사' 요청을 받았을 때 왜 고발인들에게 알리지 않았는지 등 의구심이 드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고 경찰 수사에 대한 의문을 드러냈다.
김용갑 나주경찰서 수사과장은 "기술보증기금 횡령 건은 고발인들에게 추가 고발장을 접수받은 뒤 깊이 있고 철저하게, 또 원칙적인 수사를 이어가겠다"면서 "담당경찰이 수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는지는 자체적으로 내부 확인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 담당 경찰은 지난 1년여간 수사를 지연시킨 의혹에 대해 전남경찰청의 감찰을 받고 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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