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주민 길 막았던 도로 위 담장 알고 보니 시유지...담장 철거 주민들에게 길 터줘
[더팩트 | 고양=안순혁 기자] 지난 6월 고양시 덕양구 고양동 연립주택 옆 골목을 막고 있던 담장이 철거됐다. 이 담장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은 어린이공원을 앞에 두고 500여m 가량을 돌아 가야했다. 특히 공원으로 가는 골목 샛길은 좁고 위험한데다 포장상태도 좋지 못해 아이와 함께 걷기도, 유모차를 끌기도 힘들었다.
주민들은 지난 해 6월 담장 한켠에 어린이공원로 가는 작은 보행로를 만들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덕양구청은 민원에 따라 연립주택 옆 담장철거를 추진해 오다 올 6월 1년 만에 철거를 완료했다.
주민 A씨는 "아이와 함께 어린이공원에 자주 가는데 담장때문에 매번 멀리 돌아가는 게 불편했다"며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담장이 없어지니 거리도 가깝고 골목이 탁 트여 속이 다 시원하다"고 전했다.
◇20년 동안 길 막던 담장 알고보니 시유지...담장 뒷 공간 그동안 주차장으로 쓰여
비록 담장 하나 허무는 일이지만 그 과정은 녹록치 않았다. 담장을 사이에 둔 주민들의 이견도 만만치 않았다.
시는 담장이 설치된 토지주를 찾기위해 공부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담장이 설치된 곳은 의외로 시유지인 도로부지였다. 담장 설치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는 인근 연립주택의 주차 공간마련을 위해 준공 후 설치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담장 뒷 공간을 주차장으로 사용해 오던 인근 연립주택 주민들은 난색을 표했다. 계속된 주민협의를 위한 노력에도 지난 2월 담장철거 반대 내용으로 집단민원이 제기되기도 했다.
덕양구청 담당부서는 주민과의 현장 미팅, 간담회 등 주민 설득에 공을 들였다. 주민 대표자와 만나 몇 시간을 담장철거 필요성에 대해 호소하기도 했다.
이재준 시장도 직접 나서서 주민들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등 대책을 함께 고민했다.
10여개월의 설득 끝에 지난 4월 드디어 주민협의를 이끌어냈다. 담장을 허물더라도 주차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을 전제로 했다. 주택 바로 앞과 공원입구 쪽으로 차량이 지나다니게 되면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반영, 차량 진입방지용 봉을 설치하기로 했다.
◇'관심과 소통’...작지만 큰 행복, 주민 일상 바뀌어
시는 예산 1000만원을 투여해 지난 6월 담장 철거와 도로 포장을 완료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차량진입을 할수 없게 출입 방지봉을 설치했다. 주민들은 더 이상 공원을 눈앞에 두고 멀리 돌아갈 필요가 없어졌다.
많은 돈을 들인 큰 사업은 아니지만 주민들이 느끼는 변화는 충분히 크다. 어린이, 노약자, 유모차 이용 보호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누구랄 것 없이 담장 없는 골목 덕을 보고 있다.
답답한 담장이 없어지자 주민들의 동선이 편해 졌고, 골목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담장 구석진 곳으로 모여들던 비행청소년들을 걱정할 일도 없어졌다. 어린이공원 입구 주변시야도 넓어져 더 안전해 졌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빚어진 오해와 불신들이 담장 철거와 함께 사라졌다.
어린이공원은 담장 철거와 함께 개선사업을 마치고 한 층 편해진 주민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주민들의 작은 불편도 소홀히 생각하지 않는 것이 진짜 고양시 행정의 모습"이라며, "앞으로도 주민들의 사소한 불편까지 살펴 일상을 변화시키는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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