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번화가, '여름 휴가' 빙자한 잠정적 휴업에 들어간 가게들 속출
[더팩트ㅣ김해=강보금 기자] 경남 김해시는 지난 27일부터 경남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 수준인 4단계에서는 오후 6시 이후 2인까지만 사적 모임이 가능하다. 또 김해시의 특별 방역조치에 따라 유흥시설 및 노래연습장 등은 집합금지되고, 식당, 카페 등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운영을 제한한다.
거리두기 4단계 적용 이후 첫 주말을 맞은 30일 오후 9시 30분, 김해 번화가는 '고요한 황무지'를 연상케할 정도로 거리가 한산했다.
김해시 내동에 위치한 무로거리(먹자골목)은 김해의 대표적인 술집과 식당, 유흥시설이 모인 번화가다.
거리두기 3단계가 시행될 때까지만 해도 이곳은 평일·주말을 구분할 것 없이 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본격적인 주말이 시작되는 이른바 '불금'에는 웨이팅이 길어지는 식당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후 첫 주말 무로거리의 풍경은 낯설게만 느껴진다.
화려한 입간판과 갖가지 색의 조명들로 가게 들을 잇는 중앙 거리가 이렇게나 어두웠던 적일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로거리 내 식당과 술집들 중 3분의 1 가량이 문을 굳게 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게 앞 유리창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이유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 당분간 가게를 쉽니다'라고 쓰인 안내문이 붙어 있다.
또 문을 닫은 여러 가게에서 '여름 휴가 안내문'을 빙자한 휴가가 아닌 잠정 휴업에 들어간 가게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있는 일반음식점에서 조차 겨우 1~2개의 테이블에서 손님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의 가게는 손님 없이 간혹 배달업체 직원만 들락날락 거릴 뿐, 가게 업주와 아르바이트생들은 허공을 응시하며 앉아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게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버텨왔지만,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니 가게를 접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면서 "배달 주문이라도 받아 보려고 나와 앉아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참담한 마음이 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가게의 한 업주는 "지난해 여름에는 여름 휴가철에 그래도 여행을 가지 못하는 손님들이 집 근처 가게를 찾아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보내 영업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번 휴가철은 거리두기 4단계까지 겹쳐 이례적으로 휴가철에 가게를 쉬어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가 지나자 드물게 있던 손님들 마저 가게를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후 6시 이후에는 사적 모임이 2명 이하로 제한돼 있어, 돌아가는 발걸음이 2명씩 짝을 지은 모습이 연출됐다.
친구와 함께 무로거리를 찾은 20대 B씨는 "거리두기 4단계로 오래 전부터 만들었던 여러 친구들과의 모임을 모두 취소하고 한 명씩 개별로 만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강화된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데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너무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불만섞인 목소리를 냈다.
무로거리 내 가게의 절반 이상이 문을 닫고 점등하자 마치 정전이라도 된 것 처럼 어두컴컴한 골목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이례적인 풍경은 무로거리 주변에 있는 주차장도 마찬가지였다.
내동에 있는 공주공원 주차장은 주말이면 기존 주차구역은 물론 이중주차까지 겹쳐도 공간이 모자라 실랑이를 벌이던 곳이었지만 이날은 단 두대의 차량만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를 지켜보며 한 숨을 내쉬던 50대 남성이 있어 말을 걸어 보니, 그는 다름아닌 대리운전 기사였다.
무로거리 끝자락에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여느날처럼 자리를 지키는 대리운전 기사들이 몇몇 모여 있었다.
대리운전기사 C씨는 "이렇게 사람이 없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 "콜이 전혀 들어오질 않아 몇 시간이고 열대야에 시달리며 대기하고 있지만 왜 일이 들어오지 않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이 되니...그렇다고 포기하고 집으로 갈 수 없어 더 고역이다"라며 탄식했다.
한편 김해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오는 8일까지 유지한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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