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기공식 방역수칙, 업무추진비 집행 등 조사"
[더팩트ㅣ인천=차성민기자] 유천호 인천 강화군수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특별방역관리기간에 강행한 '강화군 기독교 역사 기념관' 기공식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한데다, 군수 업무추진비로 수십 차례 '5인 이상 공무원'에게 밥을 산 사실이 공개되면서 방역수칙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인천지역 시민단체는 4차 대유행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방역에 앞장서야할 자치단체장의 부주의한 처신에 '방역수칙 위반'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인천시는 강화군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며 방역수칙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강화군 측은 "기공식 현장에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켰고,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식당에 들어가 밥을 먹어 방역수칙 위반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강화군 기독교 역사 기념관' 기공식 강행…150여명 참석 추산
강화군은 지난달 29일 구한말 근대화를 주도하고 독립운동의 역사에 기여한 기독교사를 재조명하기 위한 ‘강화군 기독교 역사 기념관’ 기공식을 강화읍 용정리 공사 현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유천호 강화군수, 배준영 국회의원(국민의힘), 신득상 강화군의회 의장 및 의원, 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정연수 감독, 대한성공회 김성수 주교 등이 참석했다.
문제는 이날 행사에 적어도 방역수칙을 위반한 150명 가량의 인원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점이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당시(지난달 29일 오전 11시경) 행사장 안에는 150여 명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관계자에게 발열 체크와 손소독제 등의 안내를 받았을 뿐, 명부 작성을 해야 한다는 안내는 받지 못했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시 방역수칙을 보면, 100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는 금지 대상이며, 특히 개인별 최소 1m의 거리를 두고 행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강화군 관계자는 "현장에서 명부를 작성한 인원은 85명이며, 수행 인원 등 20-30명은 행사장 밖에 있어 명부 작성은 하지 않았다. 손소독과 발열체크도 함께 진행해 방역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인천시는 해당 사안이 방역수칙 위반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에서도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 강화군에 관련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최소 1미터 이상 간격을 두고 자리를 잡아야 하는데, 강화군의 보도자료 사진 상으로 봤을때도 그 거리는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참석자 명부 작성의 경우에도 더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어 자료를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 강화군수, 올해 1~3월까지 수십차례 '5인 이상'에 밥 사
유천호 군수의 방역수칙 위반 의혹은 더 있다. <더팩트>가 확보한 강화군수의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업무추진비 집행현황을 보면, 유 강화군수는 올해 1월에는 총 7회, 2월 총 5회, 3월 총 20회 등 3개월 간 32회에 걸쳐 5인 이상에게 밥을 샀다.
실제로 유 군수는 지난 2월 23일 19시 33분 중화요리 집에서 소속 상근 직원 10명에게 식비를 제공하는 명목으로 총 21만 8000원을 카드로 결제했다. 또 3월에는 총 20차례에 걸쳐 '5인 이상' 직원들에게 밥을 산 것으로 분석됐다.
방역을 철저히 지켜야 할 군수가 업무추진비를 이용해 5인 이상 식사 금지 등의 방역법 위반을 부추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인천시도 해당 문제에 대해 현재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 관계자는 "감사실에서 군수 업무 추진비와 관련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감사실에서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방역수칙을 위반 했는지 등을 따져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 시민사회단체 "방역당국 철저한 조사" 촉구, 타 지자체 관계자 "이해 안되는 일"
시민사회 단체는 군수가 방역수칙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며 방역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인천평화복지연대 관계자는 "이런 상황은 도심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단언한 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고, 5인이상 식사를 금지한 방역수칙에도 어긋나는 일을 군수가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방역관리기간에 방역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기공식을 강행하고 3개월동안 5인 이상의 인원에게 수십차례 넘는 식사를 제공한 사실이 있다는 것은 군수 스스로가 방역 수칙을 어기고 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인천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타 지자체 관계자들도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인천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우리 구청의 경우에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해 직원들의 사적모임조차 강하게 제한하고 있다"면서 "구청장도 의례적으로 진행하던 격려 식사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많은 인원에게 밥을 산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진짜 그런 지자체가 인천에 있느냐"고 되물은 뒤 "코로나19 시국에 준공식도 아니고 기공식을 강행했다는 점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 긴박한 공무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군수의 업무추진비로 5인이상 직원에게 밥을 산다는 것도 도심에 있는 구청 직원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면서 "공무원들의 식사 시간이 있어 아무리 돌아가면서 먹는다 하더러라도 무리가 있지 않겠냐. 그렇기 때문에 자칫 방역법 위반을 조장하는 것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 강화군 "방역수칙 지켰고, 직원들 사기진작 차원에서 밥 사준 것 뿐. 계속 진행 예정"
강화군은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예산을 집행한 것이며,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식사를 해 방역수칙 위반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강화군 홍보팀은 <더팩트>와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각종 현안사항 추진과 비상근무 등으로 연일 고생하는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노고를 격려하여 직원 사기를 진작하는 사항으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이행하는 사항"이라며 "강화군은 정부의 방역지침과 지방자치단체 세출 예산 집행기준을 철저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화군 총무과의 한 직원은 '타 지자체는 안하는 일을 강화군에서 왜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에 "밥을 사주는 게 안되는 일이냐. 다른 지자체를 꼭 따라서 해야 되느냐"고 되물었다. 또 "앞으로도 업무추진비로 5인 이상 직원에게 밥을 살 것이냐"는 질문에는 "그럴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정부의 방역지침이 강화군에서는 일부 무력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지난 2∼3월만 하더라도 300∼400명대를 유지했던 하루 확진자 수가 4월 들어 800명에 육박한 700명대까지 치솟자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처를 오는 23일까지 3주간 더 연장키로 했다.
특히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가족·지인모임, 직장, 학교 등 다양한 일상 공간에서 감염 전파가 일어나고 있고 지역사회 내 '숨은 감염자'도 상당해 확진자 규모는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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