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라도 심판하고 싶었다…92명 친일부역자 포승줄 묶고 수갑 채워 화폭에 펼쳐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오는 4월 1일 개막하는 제13회 광주비엔날레에 작품을 거는 작가들 중에 아주 특별한 사람이 눈에 띈다.
화가 이상호. 미대를 다니며 학생운동을 했던 그는 1987년 반미와 통일을 주제로 걸개그림을 내걸어 이적표현물 제작 혐의로 미술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국가보안법 1호로 검거됐다.
그후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모진 폭행과 고문을 당한 뒤 그 후유증으로 6년 동안이나 정신병원을 전전하는 시련을 겪었으며 지금도 고문 트라우마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삶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린 그날로부터 30여년이 지난 2021년 화가 이상호는 광주비엔날레에 의미심장한 화폭을 펼치며 또 한 차례 도발에 나선다.
작가 스스로 민중미술에 전념한 40년의 꿈이 응집된 역작이라 표현하는 작품의 제목은 ‘일제를 빛낸 사람들이다.
화폭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92명이 포승줄과 수갑으로 묶인 모습이 적나라하게 표현돼있다. 민중미술의 리얼리즘이 생생하게 구현되면서도 인물묘사는 조선시대 전통 초상화 기법이 활용됐다.
작가는 "70여년 전 반민특위 해체로 심판받지 못한 자들을 그림으로 심판하고 싶었다"며 "대표친일파 92명을 일일이 포승줄로 묶고 수갑을 채워 역사의 죄인임을 드러냈다"고 창작 취지를 밝혔다. 화폭 옆에는 그들의 친일 죄악상이 낱낱이 기록돼있기도 하다.
작가는 증오를 가슴에 안은 채 창작하는 과정이 너무도 고통스러웠다고 고백했다.
작가는 "이들을 그리면서 그 비열한 친일 죄악상들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메스꺼움의 고통을 참기가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며 "모진 고문을 이겨내고 목숨마저 바쳤던 독립지사들을 떠올리며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제를 빛낸 사람들’의 특별관람회와 설명회는 오는 31일 오후에 열리며, 설명회가 끝나는 오후 3시부터 기자간담회와 작가 참여 토크쇼가 마련될 예정이다.
이날 토크쇼에는 김원웅 광복회장과 김순흥 교수(민족문제연구소 광주지부장)가 패널로 참여한다.
한편 이상호 작가의 ‘일제를 빛낸 사람들’은 광주비엔날레를 소개하는 뉴욕타임즈 3월 26 일자 기사의 톱 사진으로 해설과 함께 실렸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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