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예산 일부 선정 사업 '없던일로'…참여자들 "불쾌하다"
[더팩트ㅣ인천=차성민기자] 인천 연수구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주민참여 예산 사업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어 참여자들이 반발이 거세다.
주민 제안 사업으로 선정된 사업의 예산을 미반영하거나 삭감한 사업이 대거 발생한 결과다.
사업에 선정된 시민들은 "공식적으로 선정된 사업의 예산을 반영하지 않은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24일 연수구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인천 연수구는 주민 주권 강화의 일환으로 참여예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오던 예산편성 전반에 주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재정 운영의 투명성과 책임성, 건전성 등을 높이고자 연구수가 야심차게 시행한 제도다.
연수구는 2020년 참여예산에 110억 예산을 세웠고, 15개동 주민자치위원회와 6개 분과위원회, 청소년 위원회등에 참여한 시민들이 1년간의 회의와 민관협의, 토론회 등을 거쳐 각종 사업을 제안했다.
실적을 보면 각 동별, 구별 주민 총투표로 결정된 사업은 총 113개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연수구의회 기획복지위원회 회의에서 주민총투표까지 통과한 113개 사업 중 19개 사업이 전액 미반영 됐고 2개 사업은 삭감됐다.
주민들이 1년간 복잡하고 긴 과정은 물론 주민 총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등 민주적 절차가 단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된 것이다.
특히 연수구의회는 21개 사업에 대해 예산 미반영과 삭감을 진행하면서 사업 주체였던 당사자들과 소통이나 교감이 없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예산 사업에 선정된 한 주민은 "지난 해 여름부터 워크샵도 하고 고생을 많이 했는데,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예산이 삭감됐다"며 "실제로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이런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분위기였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으로 지원을 해주고 믿어줘야 한다"며 "그렇게 되면 주민들도 자치의 힘을 알게 되고 행정의 중요성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주체인 연수구청의 세심하지 못한 행정도 도마에 올랐다.
연수구의회 기획복지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각 부서 과장들은 해당 사업에 대한 기본 이해가 부족한 정황이 담겨있다.
실제로 예산이 삭감된 선학동 선학어린이공원 조명 설치 건의 경우, 과장은 주민들의 요구가 로고젝터인지 조명인지 분간하지 못하며 위치마저 선학사거리 어린이 공원으로 설명했다.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행정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참여자치 연수구민네트워크와 인천연수평화복지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고 "연수구의회는 참여예산 사업의 예산 미반영삭감 사유를 연수구민들에게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구민들과의 세심한 협의를 통해 필요한 사업을 추경에 반영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참여예산사업에서 주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예산 과정의 한 주체로서 주민참여 예산 제도의 취지가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주민의 참여 의미를 훼손하는 제도적 허점들을 보완하는데 연수구의회와 연수구청은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연수구 관계자는 "구의회에서 심의한 부분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없다"면서도 "앞으로는 의회와 소통을 통해서 사업의 취지와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미흡한 점은 민간 협의회에서 공론화해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in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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