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프네 아야스 ‧ 나타샤 진발라 공동예술감독 “코로나로 힘겨웠지만 영광이었다”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제13회 광주비엔날레가 개막을 한 달 여 가량 앞두고 전시 설치 준비가 한창이다.
2월부터 광주에 체류 중인 제13회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광주비엔날레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서 국립광주박물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광주극장 등지에서 설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은 전시와 ‘라이브 오르간’, 온라인 저널 ‘떠오르는 마음’, 출판물 등으로 구성되면서 온·오프라인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현대미술 축제의 새로운 가능성과 실험정신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69명의 작가 혹은 팀이 참여하며, 40점의 커미션 신작이 선보여진다.
주 전시 공간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5개 전시실은 각기 다른 분위기로 연출된다. 또한 광주비엔날레 역사상 최초로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1전시실에는 매표소와 관람객 편의시설 이외에 8명 작가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5·18민주화운동의 상처를 예술로 승화하고자 태동한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취지에 맞춰 1전시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지며 존 제라드(John Gerrard), 아나 마리아 밀란(Ana María Millán)의 영상 작품과 오우티 피에스키(Outi Pieski)의 직조 설치 작품을 비롯해서 민중미술의 선구자 민정기, 사진가 이갑철, 다학제적 작업을 하는 미술가 문경원 등 작품으로 채워진다.
한창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인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테오 에쉐투(Theo Eshetu), 갈라 포라스-킴(Gala Porras-Kim), 세실리아 비쿠냐(Cecilia Vicuña)의 신작 커미션이 전시돼 죽음과 사후세계, 영적인 물건이 주는 보상, 육체의 한계성 등의 개념을 다룬다.
크리산네 스타타코스(Chrysanne Stathatos)의 만다라꽃이 발산하는 덧없는 찰나의 아우라에서부터 알리 체리(Ali Cherri)의 네크로폴리스가 지닌 적막함까지 예술 작품과 유물을 통해 선조와 이어지는 연쇄적 인간관계, 사후세계에 대한 비전, 비서양 문화권의 질병과 치유에 대한 도식화, 그리고 ‘온전히 죽지 못한 자들(the undead)’이 실존 세계에서 가지는 근원적인 역할 등을 살펴본다.
개관 85주년을 맞은 광주극장에서는 주디 라둘(Judy Radul)이 라이브 오케스트라 공연과 함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해 시각 인지의 개념과 기술적·생물학적 의미의 ‘이미지’ 개념에 도전하며 조피아 리데트(Zofia Rydet)의 1975~79년 작품인 포토몽타주는 공산 정권 시절 폴란드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초현실적인 경험을 제공하며 현재 운영 중인 국내 극장 중 가장 오래된 광주극장의 시네마토그래피 역사와 조응한다.
과거 풍장터였던 양림동 선교사 묘지 끝자락에 있는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코라크리트 아루나논드차이(Korakrit Arunanondchai)와 시셀 톨라스(Sissel Tolaas)의 비엔날레 신작, 파트리샤 도밍게스(Patricia Dominguez), 사헤지 라할(Sahej Rahal), 김상돈의 근작이 함께 전시된다.
‘라이브 오르간’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핵심적인 질문들을 탐색하며 퍼블릭 프로그램과 온라인 커미션 등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9월 개시된 다학제적 담론의 장인 공공프로그램 GB토크가 5개월 대장정을 마쳤으며, 최근에는 ‘행진 : 저 문들을 지나’, ‘증강된 마음, 계산할 수 없는 것’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이외에 아나 프라바츠키(Ana Prvački), 키라 노바(Kira Nova), 나사4나사(nasa4nasa)의 온라인 커미션은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웹사이트와 SNS 채널에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을 다룬 출판물 ‘뼈보다 단단한(Stronger Than Bone)’이 출간되었다. 광범위한 주제와 이슈에 관해 이번 비엔날레가 고민한 다채로운 접근법을 담고 있다. 그 주제로는 로봇과 테크노 페미니즘, 치유를 위한 제반 활동, 성적 자유와 성폭력, 모계 문화 및 샤머니즘의 다양한 신, 자기 최적화의 젠더적 측면, 디지털 정체성, 게임 문화,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가 미래 세대까지 전가되는 방식,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분류되는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개발도상국들의 인종 문제, 본국 송환, 생태 폭력 등에 이른다.
이번 광주비엔날레 공동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Defne Ayas)와 나타샤 진발라(Natasha Ginwala)는 "지난 2년 여간 코로나-19가 낳은 이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현장에서, 때로는 먼 곳에서, 흔들리지 않고 매일같이 비엔날레 준비 과정에 신경을 쏟는 일은 분명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그 자체로 영광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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