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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부구치소 코로나19 감염 참사로 주목받는 ‘장발장 은행’

  • 전국 | 2021-01-02 10:05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31일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 감염사태와 관련 법무부 노동조합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동부구치소는 지난 해 27일~31일 사이에 918명의 감염자가 발생, 신천지 감염확산 사태와 더불어 2020년 최대 코로나 감염 참사로 기록됐다./더팩트 DB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31일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 감염사태와 관련 법무부 노동조합으로부터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 동부구치소는 지난 해 27일~31일 사이에 918명의 감염자가 발생, 신천지 감염확산 사태와 더불어 2020년 최대 코로나 감염 참사로 기록됐다./더팩트 DB

한 해 4만 여명 넘게 벌금 못내 교도소 가…5년 동안 900명에게 15억9천만원 무이자·무담보 벌금액 대출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서울 동부구치소는 지난 해 12월 27일 직원 1명이 가족으로부터 감염된 이후 4일 동안 918명이 양성으로로 확인된 2020년 코로나19 감염 최대 참사로 기록됐다. 방역행정 부실과 감염질병에 치명적인 수용 과밀이 빚은 결과이다.

동부구치소 감염 참사는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안전 위기가 우리사회 가장 밑바닥에 있는 취약계층 집단에서 얼마나 비극적인 고통으로 확장되는지를 여실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그러나 구치소에 수용된 모든 이들이 심각한 반사회적 범죄를 저지른 것은 아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벌금을 못내 갇힌, 돈이 없어 자유를 압류당한 사람들이다.

동부구치소 감염 사태를 통해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히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장발장 은행’(대표 오창익, 은행장 홍세화)의 활동에 눈길이 꽂히고 있다.

장발장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이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빵한 조각을 훔친 죄로 5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연이은 탈옥 시도로 19년을 감옥에서 지내는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다.

장발장은행은 ‘가난이 곧 교도소로 가는 길’이 되는 사회를 고쳐보고자 하는, 소득 불평등이 곧 형벌 불평등인 사회를 넘어서보고자 하는 시민들의 뜻이 모아져 2015년에 설립된 특별한 은행이다. 무이자, 벌금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갈 위기에 처한 사람들에게 무이자·무담보로 돈을 대출해주는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장발장 은행에 따르면 가벼운 죄로 인해 벌금형을 선고받고도 낼 돈이 없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들이 해마다 4만명이 넘는다.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경제위기가 닥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장발장은행은 지난 해 11월 21일에도 제74차 대출심사를 통해 벌금 미납으로 교도소에 갇힐 위기에 놓인 13명에게 2,880만 원 대출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정으로 강모씨(78년생, 전북)에게 300만원, 강모씨(86년생, 광주)에게 200만원, 김모씨(70년생, 서울)에게 100만원, 김모씨(83년생, 울산)에게 300만원, 이모씨(57년생, 경북)에게 50만원, 이모씨(62년생, 서울)에게 300만원, 이모씨(73년생, 경기)에게 300만원, 이모씨(83년생, 경기)에게 300만원, 임모씨(78년생, 강원)에게 150만원, 정모씨(86년생, 경기)에게 300만원, 조모씨(77년생, 인천)에게 130만원, 최모씨(77년생, 충남)에게 200만원, 최모씨(95년생, 인천)에게 250만원 등 모두 13명의 현대판 장발장들이 교도소에 갈 위기에서 놓여났다.

이날 심사에는 홍세화 은행장과 한정숙 운영위원(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민갑룡 대출심사위원(전 경찰청장), 양상우 대출심사위원(전 한겨레 대표이사), 오창익 대출심사위원(인권연대 사무국장), 하태훈 대출심사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 6명이 참석했다.

2015년 2월에 출범한 장발장은행은 지금까지 900명에게 15억 9천만원을 대출했다. 재원은 9,388명의 개인, 단체, 교회 등에서에서 모아진 후원금으로 마련된다.

장발장 은행 오창익 대표는 "저희들의 노력만으로 해소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우선 법무부의 일률적인 적용이 아닌, 경제적 형편에 따라 벌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야 한다. 국회가 나서야한다"고 말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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