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청렴 의지 불구, 부패 이미지 ‘충격’... “대형 공무원 비리에 지역 정치 지형 한 몫”
[더팩트 순천=유홍철 기자] 순천시와 고흥군은 국민권익위원회가 시행하는 청렴도 평가에서 각각 2년과 3년 연속으로 최하위인 5등급 평가표를 받아들었다.
공교롭게도 허석 순천시장과 송귀근 고흥군수는 지난 2018년 7월 시장과 군수로 취임한 이후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부정부패와 불합리한 행정 관행을 개선하려는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고 공무원 승진인사에서도 전임 단체장에 비해 훨씬 개선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권익위 청렴도 평가에서의 연속적인 최하위 등급을 받아들자 지역민과 공무원 사회에서는 의외라는 반응 속에서 일부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 지역의 반응
순천시와 고흥군 공무원들은 "할 말이 없다"거나 "더 노력하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지역 정치 지형을 들며 ‘백약이 무효다’"라며 낙심한 듯 반응도 감지되고 있다. 청렴도를 담당하는 부서 공직자들은 "청렴도 측정 점수를 살펴보면 특별한 악재만 없을 경우 내년도에는 3등급 이상으로 올라갈 여지가 많다"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지역민과 기초단체 의원들은 "단체장이 아무리 청렴을 노래하고 솔선수범으로 지휘하고 있어도 중‧하위 공직자들이 오랜 타성과 관행을 탈피하지 못한 결과는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다. 순천시 한 기초의원은 "단체장의 청렴 의지가 행정 속에 침투되도록 이끄는 것도 리더십의 중요한 덕목일텐데 그런 리더십이 발휘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되짚어 봐야 한다"고 불편한 심정을 내비쳤다.
고흥읍에서 장사를 한다는 한 60대 군민은 "새로 온 군수가 깨끗한 행정을 한다는 소문이 많던데 왜 이리 좋지 못한 평가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고흥군이 이렇게 부패한 것이 맞냐"고 되묻기도 했다.
◆ 연속 최하위 성적표...왜?
순천시와 고흥군 모두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쌓인 정치세력 간의 정서적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과 대형 부패사건이 터진 점이 청렴도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시·군의 공무원들은 국민권익위원회 기관의 특성상 의도성이 배제된 객관성을 담보하고 있고 청렴도 조사의 신뢰도도 높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가 결과를 인정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 속에서도 ‘언중유골(言中有骨)’이 사족처럼 붙는다. 다시말해 권익위의 청렴도 평가 잣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다. 청렴도 측정이 단체나 기관의 ‘청렴도 자체’가 아닌 지자체나 단체장에 대한 ‘인기도 조사’로 흐르는 경향성을 지적한 것이다.
◆고흥군
고흥군의 경우 전임 군수가 수사기관을 들락날락하고 있다. 송귀근 군수가 어지럽혀진 행정을 바로잡는 과정에서 전,현직 사이에 긴장 관계에 놓인 정치적 지형이 외부 청렴도 평가에 불리한 면이 있다는 것이다. 전임 군수를 지지하는 세력이 잔존한 가운데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민주당 세력 등이 민평당 출신(지금은 무소속)인 송 군수에 대해 우호적인 점수를 주겠냐는 것이 일각의 평가다. 더구나 태양광 사업지구가 가장 많아 이와 관련된 민원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고흥군의 특성도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고흥은 안개가 없고 양질의 햇살이 태양광에 최적으로 평가받으면서 태양광 사업 허가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 허가신청 민원 중에서 1/3 정도만 허가가 났을 뿐 지역민 반대 민원을 이유로 허가를 보류한 곳이 많아 태양광 사업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
권익위의 외부 청렴도 측정은 주로 민원인을 상대로 한 조사가 많은 점을 볼 때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문가지라는 지적이다.
◆순천시
순천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허석 시장의 경우 고흥군처럼 전임자와 드러내놓고 긴장 관계를 형성하지 않지만 허 시장이 선거과정에서의 정치적 상대방측 인사들을 포용하는 정치스타일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민심 저변에 깔린 저항감이 상당하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다 허석 시장과 관련한 수사와 재판 소식도 청렴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허 시장이 시장취임 이전에 지역신문을 발행하면서 정부 보조금 사기 사건에 연루된 뉴스가 종종 보도되면서 취임 이후 소위 ‘오너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점이다. 이와 관련 일부 공무원은 "시장이 관련된 문제라서 내놓고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이런 상황에서 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엔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한숨짓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낸 것도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1차 유행때는 선방했으나 8월 2차 유행 때는 방역망이 뚫려 상당한 감염 확진자가 나왔다. 이 때가 마침 청렴도 평가 시점과 겹쳐 부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 자체 평가다.
특히 내부 청렴도가 지난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락한 것이 눈에 띈다. 허 시장은 승진인사에서도 금품을 일절 받지 않는다고 알려진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부당한 업무지시나 예산집행 등이 내부 청렴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느냐는 조심스런 시각도 있다.
◆대형 비리 악재... 결정적 요인
순천시와 고흥군은 대형 공무원 비리사건에 연루됐고 이는 두 시군 모두 0.59점의 감점을 받은 것이 최하위 등급을 받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순천시의 경우 공금유용과 순천농산물도매시장 내 순천시도매시장팀원들이 2015년 4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업자 3명과 짜고 물품구입이나 공사를 허위 계약한 후 수차례에 걸쳐 공사비를 받아 가로챈 사건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벌인 여러 형태의 비리가 드러나 파면을 비롯 2명이 중징계를 받는 등의 비교적 대형 비리사건으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비록 2018년 이전에 벌어진 사건이지만 지난 8월 재판이 마무리되면서 언론에 집중 조명을 받아 권익위의 청렴도 평가에서 0.59라는 큰 점수의 감점을 받았다.
고흥군의 경우도 전임 박병종 군수 재직시 수변 노을공원 공사 관련 비리사건으로 과장과 계장급 3명이 징역형 등의 벌을 받은 상태다.
간부 공무원 김모씨(60)는 수변공원조성 부지를 건설사에 헐값으로 넘겨 3억5천여만원의 국고손실을 끼쳤고 사기,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뒤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고흥군청 전 공무원 유모씨(49)는 징역 2년을 받았다. 이들 공무원들은 즉시 항소해서 2심이 진행중에 있다.
이들 사건은 전임 군수하인 2016년에 발생한 비리사건이면서도 최근에 감사원 감사에 이은 검찰 수사 등으로 최근들어 재판이 벌어지면서 고흥군정의 청렴도를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이와관련 고흥군 관계자는 "공무원이 연루된 특정 부패사건이 발생하면 후임 군수의 군정에 발목을 잡고 2~3년씩 계속 청렴도를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하고 "권익위에 청렴도 평가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다.
이처럼 간부급 간부가 포함된 비리사건이 터지면 최하위 등급을 피할 수 없는 권익위 평가상의 문제도 지적될 수 있다. 하지만 지자체장과 관련된 평판, 중하위 공무원들의 관습과 타성 등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민원인과 일반 시민들의 시선이 차가울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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