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재판부 "잔혹하고 비인간적 범행" 형량 가중
[더팩트ㅣ윤용민 기자·전주=이경민 기자] "제발 집으로 보내주세요."
가출 후 끔찍한 폭행과 가혹행위를 당했던 지적장애 3급 여성 A(20)씨는 숨지기 직전까지 집으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A씨는 숨진 후에도 시멘트가 부어진 상태로 차디찬 야산에 묻혀 오랜 시간을 보내야 했다. 범죄 사실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한 일당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A씨를 괴롭혔다.
A씨가 집을 나선지 두 달 남짓한 기간 동안 대체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진 걸까.
지난 9일 항소심에서 주범과 공범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5년이라는 사실상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익산 원룸 살인 사건을 범행 직후부터 경찰 수사 결과와 판결문을 토대로 재구성해봤다.
사건은 무더위가 한껏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6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김모(35·여)씨를 따라 집을 나간 뒤 전북 익산의 한 원룸에서 지냈다. 그곳은 김씨의 남편인 장모(28)씨가 만든 일종의 성매매 쉐어하우스였다.
장씨 등은 채팅 앱으로 이른바 '조건만남' 대상을 물색해 A씨를 포함한 그곳에 사는 여성 3명에게 성매매를 강요했고, 그 화대로 생활을 꾸렸다고 한다. 그러다 A씨가 성매수 남성에게 자신들의 인적사항을 말했다는 이유로 상상조차 끔찍한 학대를 하기 시작했다.
장씨 부부와 공범인 차모(30)씨는 비좁은 세탁실에 A씨를 감금하고 조를 짜서 감시했다. 본보기를 보이기 위한 행동이었다.
장씨 등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A씨에게 무차별 폭행을 일삼았다. 무더운 여름날 하루 종일 세탁실에 갇힌 A씨는 물 한모금도 먹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범행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악랄해졌다. 괴롭힘에 못 견디던 A씨가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하자, 이 일당은 A씨의 발에 빙초산을 붓고 토치로 지지기까지 했다. 이들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A씨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감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성적인 가학행위도 했다.
A씨의 몸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전신에 피멍이 들었고 몸 곳곳에서 진물이 흘러 피부가 변색됐다. 지속된 가혹행위와 폭행으로 이제 서 있기도 어려워졌다.
장씨 등은 A씨가 성매매도 할 수 없게 되자 더욱 괴롭히다가 지치면 한명씩 교대하는 방식으로 때리는 일을 반복했다.
8월 18일 점심 무렵 빈사 상태에 빠진 A씨가 세탁실에서 옷을 입은 채로 대변을 보자, 차씨가 A씨의 몸에 뜨거운 물을 부은 후 머리채를 잡고 코와 입에 호스를 가까이 대고 물을 뿌렸다. A씨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정신을 잃자 옆에 있던 장씨가 "연기하는 거니까 더 뿌려라"라고 소리쳤다. 결국 A씨는 세탁실에 웅크려 고통을 받다가 외력에 의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했다.
A씨가 숨진 후에도 끔찍한 범행은 계속됐다. 장씨 등 3명은 A씨의 시신을 경남 거창군 야산에 묻고 시멘트를 부어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수차례 야산을 찾아 A씨의 시체가 제대로 묻혔는지 확인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장씨의 만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피해 여성의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이들의 범행은 막을 내렸지만, 교도소의 갇힌 장씨는 A씨 고모에게 당시 피해 상황이 녹음된 음성파일을 보내는 만행을 저질렀다.
A씨의 고모는 이 일당의 잔혹한 범행에 할 말을 잃었고 엄벌 의사만을 수사기관에 전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김성주 부장판사)는 지난 9일 열린 이 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장씨에게는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을 깨고 무기징역을, 차씨에게는 징역 20년 대신 25년을 각각 선고했다. 김씨 역시 징역 7년에서 8년으로 형량이 늘어났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최초 폭행부터 약 2개월간 사망에 이를 때까지 참혹한 학대를 겪는 과정에서 처절한 죽음에의 공포와 극한의 고통을 느꼈을 것임이 분명하다"며 이례적으로 인간적인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는 "온갖 도구를 이용해 행한 특수상해의 범행은 잔혹하고 비인간적이었다"며 "사회로부터 격리된 상태에서 수감생활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반성하고 참회하며, 속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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