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원' 대신 교사들 '덕담'
[더팩트ㅣ전국종합] 마스크를 쓴 수험생의 행렬, 조용해진 고사장 입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바꿔놓은 올해 수능 시험장 풍경이다.
2021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3일 전국 고사장 입구에는 코로나19 확산세로 인해 매년 벌어지던 응원전이 사라졌다.
교육 당국이 각 학교에 응원을 자제할 것을 지시해 대부분 고사장은 아예 응원이 없었고, 일부 교사들이 교문에서 학생들을 격려하는 정도였다.
이날 오전 7시께 부산진구 초읍동 부산진고등학교 앞.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다 아직 입실하기엔 이른 탓에 인적이 드물었다. 그나마 일찍 고사장을 찾은 학생들이 드문드문 보이는 정도가 다일만큼 학교 입구는 '휑'한 분위기였다.
30분쯤이 지나자 두툼한 옷차림에 장갑을 낀 수험생들이 줄지어 학교 앞에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 곳에서 만난 김모(19)군은 "전날 잠을 설쳤다. 초중고 학창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며 "부담은 있지만 최선을 다해 시험을 치러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가족들에게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이 수험생들보다 긴장한 모습이었다. 한 학부모는 "자식이 시험을 치르러 가는데 부모가 편히 쉴 수 없다"며 "코로나19 영향 속에서 수능을 준비한 특히 ‘민감한 세대’여서 마음이 걸린다"고 조마조마했다.
현장에 나온 고3 담임선생님은 이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르는 제자들을 일일이 맞이하며 "파이팅 해라. 시험 잘 치러라"며 응원과 덕담을 했다.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간 긴장 분위기는 통상적인 수능 분위기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치러지만큼 이번 수능은 여느 때와 다른 모습도 있다.
경남지역 수능고사장 풍경 역시 비슷했다.
경남도교육청 제93(김해)지구 제1시험장인 김해고등학교 정문 앞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 곳에서 시험을 보는 김민재(19)군은 "오래 준비해 왔기 때문에 평소만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방역을 철저히 해 왔기 때문에 오늘 시험에서 감염에 대한 걱정은 없다"고 말했다.
임호고등학교 수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아들이 코로나19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열심히 준비해 왔다. 건강하게만 시험을 치루고 돌아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고등학교도 크게 다를 바 없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을 격려하러 온 성일고 소원섭 교사는 "원래 수능에 맞춰 학교 차원에서도 많은 준비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게 하나도 없었다"며 "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는 제자들이 많아 얼굴이라도 보려고 나왔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긴장을 풀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재수생 김영인(20)군은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라 긴장은 덜 된다"면서도 "처음인 고3들은 아마 더 떨릴 것 같다"고 했다.
매년 북적였던 교문 앞 수능 응원전이 사라져 수험장 앞은 한산했지만 수험생을 배웅하는 학부모의 걱정스러운 얼굴은 예년과 다름없었다.
광주 경신고에 아들을 데려다 준 수험생 학부모 김모씨는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에 고생도 많았는데, 지금까지 잘 견뎌왔으니 긴장하지 말고 실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목포고 앞 편의점에서 수험생 딸에게 초콜릿과 물을 챙기는 윤모(53·여)씨는 "넌 예쁘니까 시험 못봐도 괜찮아"라는 농담을 던지며 딸의 긴장을 풀어줬다.
포항에 있는 유성여고 앞과 포항고등학교 앞도 썰렁했다. 시험장 앞에는 일부 교사들이 나와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학생들을 격려할 뿐이었다.
고사장에 도착한 수험생들도 함께 온 부모님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한 뒤 마스크를 챙겨 쓰고 바로 고사장을 향했다.
(윤용민 기자·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창원=강보금 기자·광주=나소희 기자·목포=김대원 기자·대구=박성원 기자·포항=김달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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