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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갈수록 증가하는데…처벌·피해자보호는 미약

  • 전국 | 2020-11-15 08:00
부산의 한 지하상가에서 쓰러진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는 CCTV 영상. /유튜브 영상 일부 캡처
부산의 한 지하상가에서 쓰러진 여성에게 폭행을 가하는 CCTV 영상. /유튜브 영상 일부 캡처

윤영석 의원 관련 법률안 대표 발의…정부·지자체 보호·지원 체계 구축 의무화 등

[더팩트ㅣ창원=강보금 기자] "그 땐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요. 평소 그는 누구보다 다정했고, 세심하게 절 챙겨주는 사람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별을 말하는 내게 싸늘하게 식은 칼날을 들이미는 순간 이대로 세상과 이별을 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거대한 두려움이 저를 덮쳤어요."

20대 초반 대학시절 설레기만 할 것 같던 A(28)씨의 첫 연애는 서슬퍼런 칼날의 기억과 함께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

A씨는 1년간 교제해 왔던 남자친구와 성격 차이로 이별을 결정한 후 이를 남자친구에게 고했다. 이에 남자친구는 A씨에게 흉기를 들고와 "우리가 헤어지면 너 아니면 나 둘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며 협박을 했다고 한다.

A씨는 이 사건을 계기로 매우 충격을 받았지만 당시엔 데이트폭력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여서 이를 일종의 사랑의 표현이라고 착각했었다며 후회했다. 이후 몇 차례나 남자친구가 A씨를 찾아왔지만 반복되는 위협과 협박에 겨우 인연을 끊을 수 있었다며 기억을 되짚었다.

A씨는 "주변에도 심심찮게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질투를 보이는 사람에겐 공포심이 먼저 느끼는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털어놨다.

최근 경남 양산과 부산에서 데이트폭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교제 중 폭력과 관련한 피해자 보호법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나 데이트폭력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처벌과 피해자보호 등에 필요한 법적 근거를 규정한 법안마저 없는 상태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4136건, 2018년 1만8671건, 2019년 1만9940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남지역의 지난해 데이트폭력 관련 검거자는 총 517명이었으며 올해는 10월까지 총 415명을 검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여성단체들이 지난 11일 경남지방경찰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데이트폭력 방지 기본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창원=강보금 기자
경남 여성단체들이 지난 11일 경남지방경찰청 정문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데이트폭력 방지 기본조례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창원=강보금 기자

경남여성단체연합 김윤자 대표는 "데이트폭력은 교제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 신체적 폭력을 뜻한다. 지금까지 현행 법률상에는 데이트폭력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 않아 일반 형법을 적용해 처벌이 이뤄져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데이트폭력의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워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2차, 3차 피해가 속출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획일화돼 있는 사건 처리 매뉴얼도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데이트폭력 사건 처리 매뉴얼은 일반신고 처리 절차와 같다. 112에 신고가 들어오면 112센터에서 관할 지구대 등에 출동 지령을 내린다. 이후 사건의 경중을 파악해 폭행 또는 상해 사항이 있다면 기초조사에 들어가고 현장에서 가해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경찰서에 동행해 기초조사를 진행하거나 형사계로 이송한다"면서 "피해자에 대해서는 스마트워치 제공, 긴급신변보호대상자 등록, 임시숙소 제공, 핫라인 이용 등의 보호조치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매뉴얼에 따라 절차에 맞게 사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즉시 가해자를 긴급체포할 수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인권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윤영석 국회의원(국민의힘, 양산갑)이 최근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윤영석 의원 홈페이지 캡처
윤영석 국회의원(국민의힘, 양산갑)이 최근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윤영석 의원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데이트폭력 전반에 대한 제도와 인식 개혁, 법적 조례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최근 윤영석 국회의원(국민의힘, 양산갑)은 '데이트폭력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률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데이트폭력 등 신고체계 구축 및 운영 △데이트폭력 등의 예방·방지를 위한 조사, 연구, 교육 및 홍보 △피해자를 보호·지원하기 위한 시설의 설치·운영 및 피해자 보호·지원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여성가족부는 3년마다 데이트폭력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발표하고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한다는 조항도 있다.

윤 의원은 "가정폭력과 성폭력 관련 법률과 달리 연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에 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없어 폭력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미미함과 동시에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적 조치가 절실했다"면서 "특히 연인 등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발생하는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 같은 지속적 괴롭힘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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