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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크리에이터 'AR탐사'⓶] 친환경 업싸이클링 특화 기업 '미라클 뮤지엄'

  • 전국 | 2020-11-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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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순천만의 버려진 갈대를 착화제로 업싸이클링, 지역기반 제조 로컬크리에이터로 떠오른 '미라클 뮤지엄'의 이경란 대표./순천=허지현 기자
문화기획자로 활동하다 순천만의 버려진 갈대를 착화제로 업싸이클링, 지역기반 제조 로컬크리에이터로 떠오른 '미라클 뮤지엄'의 이경란 대표./순천=허지현 기자

창의적인 지역기반 브랜드가 지속가능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는 시대,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7인의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발자취와 꿈을 찾아가는 탐사취재 기획특집을 시리즈로 싣는다. 특히 이번 특집은 PC화면이나 오프라인에 노출된 이미지를 스마트폰 스캔을 통해 AR실감 콘텐츠로 체험할 수 있는 첨단 디지털 미디어 기술이 융합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것으로 기대된다. 뉴스를 보다 생생하게 읽어낼 수 있는 The fact Ar 앱은 더팩트와 (주)스페이스포가 공동개발한 앱으로써 기사에 노출된 사진을 사용자가 앱을 실행한 후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인식시키면 관련 동영상 등 실감콘텐츠를 흥미롭게 체험할 수 있다. 앱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thefactar'을 검색해 설치하면 된다. 총 7회에 걸쳐 연재되는 이번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편집자 주>

순천만 버려진 갈대 착화제로 '착한 재활용', 지역기반 제조 로컬크리에이터 도약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 허지현 기자]

‘미라클 뮤지엄’(전남 순천)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역기반 제조’ 로컬크리에이터로 선정한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제조업이긴 하지만 업싸이클링(재활용품을 활용해 기존의 제품보다 품질이나 가치가 높은 새 제품을 만드는 과정)이라는 창의적 과정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특히 미라클 뮤지엄의 업사이클링은 용도를 다한 인공물의 리뉴얼이 아닌, 순천만 갈대밭에서 쓰레기로 버려진 갈대를 소재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각별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로컬크리에이터로 미라클 뮤지엄을 선정하며 소개한 문구를 보면 "순천만에서 해마다버려지는 갈대 업사이클로 착화제를 제조, 밴라이프족‧가캠족 등 캠퍼 비율 상승에 따른 업사이클 상품 개발로 시장 활성화"라고 명시돼있다.

전남 순천시 업싸이클링 센터에 대표 기업으로 입주해있는 '미라클 뮤지엄' 사무실./순천=허지현 기자
전남 순천시 업싸이클링 센터에 대표 기업으로 입주해있는 '미라클 뮤지엄' 사무실./순천=허지현 기자

그러나 이경란 대표 자신은 버려진 갈대를 재활용하는 제조업에 자신이 나서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쑥스러워 했다. 우연찮게 갈대와 인연을 맺기 전, 이 대표는 문화기획자로 오랜 활동을 해왔다. 이 대표의 명함 뒷면에 기재된 사업 분야(문화 기획, 교육, 교구제작)에도 아직은 갈대라는 어휘는 찾아볼 수 없다. 순천시 팔마 시민예술제의 ‘색깔 놀이터 깔깔깔’을 기획‧운영했으며 순천만 세계 동물 영화제 기획자이기도 하다,

버려지는 갈대를 착화제로 활용한다는 업사이클링 아이디어도 사실은 순천만 갈대축제 기획‧운영자로 활동하며 문득 떠오른 생각이 단초가 됐다. 당시 갈대를 활용한 친환경 부스를 설치했는데, 축제가 끝나고 태우거나 매립하는 갈대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양도 엄청났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생태관광 명소로 떠오른 탓에 관광객들을 맞을 적지 않은 부스들이 세워졌고, 그만큼 쓰레기로 남는 갈대도 처치 곤란할 정도로 넘쳤다.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마른 갈대들이 순식간에 태워지며 재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 대표는 불에 잘 타는 갈대 줄기를 착화제로 사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캠프파이어나 바베큐 파티를 할 때 처음 숯이나 장작에 불붙이는 게 쉽지 않았다는 기억에서 비롯된 발상이었다.

천혜의 습지 및 광활한 갈대밭을 이용해 매년 갈대축제를 개최, 전국적인 관광 브랜드로 명소화된 순천만 전경./순천시 제공
천혜의 습지 및 광활한 갈대밭을 이용해 매년 갈대축제를 개최, 전국적인 관광 브랜드로 명소화된 순천만 전경./순천시 제공

그 후 착화제 제조를 위한 실험을 시작했지만 생각처럼 순조롭지 못했다. 갈대 줄기를 짧게 토막 내 묶음을 만들어 착화 시도를 해보았지만 인화성이 좋은 갈대 줄기는 착화는커녕 제 몸만 순식간에 태울 뿐이었다.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하다 줄기를 갈아 소정의 첨가물을 넣어 압축 고형체를 빚은 후에야 비로소 예상했던 착화 기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갈대 착화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로컬크리에이터 지원금 3천만을 받아 현재 시제품을 제작중이며, 특허 출원과 상표등록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대표의 갈대 착화제 프로젝트는 우연히 시작된 일만은 아니다. 업사이클링에 대한 이 대표의 내공이 빚은 결실이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2014년부터 아이들을 위한 ‘놀이 미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버려진 페트병이나 야구르트 병들을 교재로 활용해왔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 축제 행사 운영 등을 하면서도 빠트리지 않고 쓰레기가 작품이 되는 기획들을 시도했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고 이 대표 스스로가 우선 재미를 느꼈다.

<갈대줄기에서 착화제로 업사이클된 모습. 사진 가운데가 최종 착화제>

업사이클링을 활용한 미술로 평소 무심히 지나쳤던 대상들이 그 원래의 가치를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인정받을 때, 무엇보다 큰 보람을 느낀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순천시에는 수령 500년이 넘은 푸조나무가 있는데, 문화재로 등록돼있지만 누구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 대표 또한 문화재 야행 탐방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알았다. 이 대표의 기획으로 이 푸조나무에 커피숍의 테이크 아웃 컵을 거꾸로 매단 조명 설치미술을 시도, 아행에 나선 많은 시민들이 즐거워하면서 푸조나무는 비로소 시민들의 마음속에 사랑받는 문화재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버려진 갈대가 줄기절단을 거쳐 착화제(가운데)로 업싸이클링 됐다./순천=허지현 기자
버려진 갈대가 줄기절단을 거쳐 착화제(가운데)로 업싸이클링 됐다./순천=허지현 기자

이런 과정 속에서 이 대표는 자타가 인정하는 업사이클링 전문가가 됐다. 현재 유튜브에서 1인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각급 학교와 연결해 업사이클링 관련 교육을 진행해왔으며, 활용되는 교구도 모두 업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인원이 작년까지 총 2,900명에 달할 정도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교육사업들을 매개로 순천시 산하기관인 업사이클센터와 협력하며 센터 안에 사무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준비된 인력 부족이 이 대표로선 가장 아쉬운 대목이다. 회사의 규모나 지역적인 문제 때문에 창의적인 일들을 해낼 고급인력이 필요하지만 초빙하기가 쉽지가 않다. 2018년 6월에 창업한 미라클 뮤지엄은 현재 6명의 직원이 함께하고 있다.

미라클 뮤지엄이 창업 2년을 넘기며 중요한 전환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을 만큼, 문화기획‧교육사업에 더불어 제조업으로의 변신 과정이 힘겨운 것은 사실이다. 필요한 장비구입도 난제이며, 현재 순천 쓰레기 매립지에 있는 ‘생산동’에서 시제품을 제작하고 있지만 유통에 이르기까지 남은 과정도 만만찮은 과업임에 틀림없다.

이경란 대표가 개발한 업싸이클링 교육 프로그램 교재들./순천=허지현 기자
이경란 대표가 개발한 업싸이클링 교육 프로그램 교재들./순천=허지현 기자

지난 6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제1기 로컬크리에이터에 참석한 최승호 IFK 본부장은 "로컬크리에이터는 다른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윈도우(window)"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대표의 윈도우는 순천만 갈대에서 착화제를 바라보았고 그 길 걸음은 이제 시작됐다. 돌아갈 길도 없고, 아직은 그 길의 끝에 무엇이 놓여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추수의 꿈으로 그 어떤 노동도 기꺼이 견뎌내는, 이 대표는 타고난 농사꾼의 천성을 지녔다. 힘들었던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어떤 일이든 준비하는 과정은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러나 시행해 결과물을 얻고 나면 너무 즐겁다. 일종의 중독인 듯 싶다"고 말했다.

그의 중독이 이번에도 큰 성취를 이뤄내기를 기대해본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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