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연동작도 어설퍼…가족 보호하기 위해서일지도"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무죄를 선고합니다. 땅땅땅"
3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지법 324호 법정 안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100㎏이 넘는 아들의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노모가 무죄를 선고받았기 때문이다.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이 모두 한목소리로 유죄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통상적으로 피고인이 자백까지 한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다.
인천지법 형사15부(표극창 부장판사)는 이날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모(76)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허위 진술했을 수 있고 범행 동기도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제3자가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살인의 증거는 피고인과 그의 딸 진술만 있는데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길이 70㎝, 폭 40㎝의 수건으로 몸무게가 102kg에 달하는 성인 남성을 목 졸라 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법정검증 당시 피고인의 진술과 재연 동작이 어설펐다"며 "피해자가 생명이 위태롭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다는 진술 역시 객관성과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행패가 피고인으로 하여금 살해할 정도의 욕구를 일으킬 정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술에 취해 귀가한 오빠와 술, 가족 문제로 다투고 두 자녀를 데리고 남편 집으로 갔다는 피고인의 딸 진술의 신빙성도 의심된다"고 묘한 여지를 남겼다.
당초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선고를 하려다 재판을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70대 중반의 노모가 체중 100kg이 넘는 아들을 수건으로 살해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내린 결정이었다. 검찰은 같은달 2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윤씨가 아들을 살해한게 맞다며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에 따르면 윤씨는 지난 4월 21일 0시57분께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자택에서 만취한 아들 A(51)씨의 머리를 술병으로 때린 뒤 수건으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씨는 범행 직후 112에 직접 신고해 자수했다고 한다. 윤씨가 범행에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수건은 가로 40㎝, 세로 70㎝ 크기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현장에 있던 윤씨의 딸은 아이들을 데리고 집 밖으로 나갔다는 것이 윤씨 측의 주장이다.
윤씨는 최후 진술에서 "희망도 없고, 늘 술에 취해 사는 꼴이 너무 불쌍해서 그렇게 했다"며 "술만 마시면 제정신일 때가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 폐인처럼 지내며 술만 마시는 게 안타까워 살해했다는 얘기다. 윤씨의 딸은 재판 과정에서 "노상 술을 마시는 오빠가 엄마를 평소에도 때렸다"며 "(윤씨가 A씨를 살해한 사실이) 믿어지지는 않지만 오빠가 양심이 있다면 엄마가 그날 그렇게 했을때 죽고 싶어서 가만히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now@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