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흠 작가 “힘들어도 버티면서, 모든 청년작가들이 즐겁게 일했으면”
[더팩트ㅣ광주=성슬기 기자] "딱 지금 나이가 나 자신의 정체성이 스스로도 모호한 시기인 것 같다. 서른 후반, 젊다고 하기도 그렇고 무언가 정의하기에도 어린 것 같은 애매한 나이인데, 이 시기를 겪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광주에서 예술활동을 하며 오랜만에 신작으로만 꾸려진 개인전을 오픈했다는 이조흠 작가는 전시 첫날이기도 한 지난달 29일 <더팩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는 지난 2014년 전시 이후 신작들로 구성된 개인전을 하는 게 처음이라며 특별한 감회를 밝혔다.
오는 5일까지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아트팩토리에서 진행하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UNREALITY’, ‘UN’이라는 단어의 존재 유무에 따라 ‘현실’과 ‘비현실’이 존재하는 것을 뜻한다.
작가는 "이 주제가 내 작업과도 유사하다. 이번 작품들이 초반에 작업했던 ‘앞모습’과 ‘뒷모습’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다른 가치관이지만 비슷하기도, 한끗 차이이기도 하다"며 "아직도 이 내용으로 더 이야기할 게 남았다는 생각으로 다시 꺼내게 됐다. 현실과 비현실적인 세상에 동시에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원하는, 비현실적인 모습을 올려놓는 SNS 속의 삶과 현실의 삶처럼 우리는 두 가지가 공존하는 세상을 살아간다"며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는 지금의 세상이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술가의 삶도 마찬가지다. 이조흠 작가에게 창작이란 ‘이상적인 일’이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어려워하는 예술가들을 많이 봐온 만큼 그 역시 안정적인 생활을 꿈꾸며 늘 현실과 작가의 삶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울 때가 많다.
작가는 "말은 쉽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모든 청년예술가가 즐겁게 작업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고 채찍질하면서 활동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면서, 즐기면서 했으면 한다. 이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또 "작품활동을 하면서 늘 최선을 다해 작업을 하지만 그만큼 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하지만 내가 하는 것들을 포기할 수 없기에 이 또한 최대한 즐겨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개인전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바로 ‘기본에 충실한 것’. 실제로도 작가는 인터뷰 내내 ‘기본’이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이 작가는 "올해 개인전은 가장 기본적인 형식과 모티브로 이뤄내야겠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기본 형식과 재료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잘 해내야 다른 작업을 하더라도 좋은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그래서 회화 작업을 선택하기도 했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고통없이 얻는 것은 없다지만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창작자로서 많은 감정을 겪어냈다고 회고한다.
"더 나아가고 싶다는 욕심과 더 이상 무언가를 만들어내도 새롭지 않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끝없는 질문을 던져왔던 시기였다. 지난해부터 이러한 고민을 시작했다"면서 "내 나이에는 이 시대에 어떤 이야기를 던져놓아야 하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 진정성이 있는 것인가 하는 그런 종류의 고민을 해왔다"고 말하는 이조흠 작가.
그는 또 "그래서 일단 초심으로 돌아가 기존의 룰에서 조금 더 밀도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성장하고자 하는 자리였기에 일부러 주변에 더 안 알린 것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인 것처럼 예술을 하는 것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날까지만 해도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 당장은 전시를 시작하니 개운한 마음이 크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을 목표로 작업을 계속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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