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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주택가 습격…연제구 ‘고양이 잡는 야생 들개’ 공포

  • 전국 | 2020-10-27 16:53
지난해 들개에 물려 생을 마감한 길고양이 두 마리. /제보자 제공
지난해 들개에 물려 생을 마감한 길고양이 두 마리. /제보자 제공

거제동 주민 "2년째 예산·인력 낭비"…구청 미흡한 대처에 공분

[더팩트ㅣ부산=김신은 기자] "아직도 진이(가명) 생각을 하면 눈물이 핑 돌아요..."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거주하며 일명 ‘캣맘’으로 불리는 김모(50대·여)씨는 자신이 돌보던 길고양이 ‘진이’ 사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해 들개 무리에 물려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건 ‘진이’뿐만이 아니다. 김씨가 기억하는 고양이들만 수 마리가 이 들개 무리에 공격당해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주인에게 버림받고 떠돌던 유기견(遺棄犬)들이 길고양이 수십 마리를 물어 죽이는 등 활개를 치면서 주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김씨에 따르면 연제구 거제동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인근 산에 서식하는 들개들이 새벽마다 주택가로 무리지어 내려와 길고양이를 물어 죽였다. 올해까지 이렇게 죽은 고양이만 수십 마리에 이른다는 것.

이 대형 들개들은 인적이 드문 새벽마다 작게는 10마리에서 많게는 20마리 정도가 무리지어 주택가에 나타나 떠도는 고양이 한 마리를 둘러싸고 사정없이 물어뜯는다는 게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김씨도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는 "최근 새벽 5시쯤 고양이들 밥을 주러 갔는데 근처에서 (고양이)비명소리가 들렸다"며 "가보니 또 들개 무리에 공격을 당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이른 아침시간이나 초저녁에도 주택가를 활보하기도 한다"고 불안을 호소했다.

들개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 지역 등산객과 노인, 어린 아이들도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주민 박모(48·여)씨는 "인명피해라도 나면 어쩌나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동네 어르신들은 무서워서 저녁에는 아예 집밖을 나오지 않고, 시장 상인들도 겁이 나 가게 앞을 대걸레로 막아 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산객들도 들개들이 뒷산에 서식한다는 걸 알고 작년부터는 무서워서 등산을 꺼리시는 분들도 계시고, 어린 아이를 둔 부모나 작은 반려견과 반려묘를 키우는 주인들도 두렵긴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실제 거제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이 들개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더팩트>는 지난 23일 밤 10시쯤 이곳에서 무리지어 있는 들개 약 10마리를 목격했고, 26일 오전 11시쯤에는 공사가 한창인 현장에서 어미 들개 1마리와 새끼들을, 같은 날 오후 8시쯤에도 공사장 펜스 밖으로 나온 들개 2마리와 마주했다. 이 공사장 바로 앞에는 버스정류소가 있는데 들개들이 짖는 소리에 놀라는 사람들과 공사에 방해를 받은 현장 관계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들개 10마리가 23일 밤10시쯤에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나타났다(왼쪽)./부산= 김신은 기자. 지난 7월7일 밤 11시46분쯤에는 거제동 주택가로 들개 7마리가 무리를 지어 내려왔다.(오른쪽) /제보자 제공
들개 10마리가 23일 밤10시쯤에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 나타났다(왼쪽)./부산= 김신은 기자. 지난 7월7일 밤 11시46분쯤에는 거제동 주택가로 들개 7마리가 무리를 지어 내려왔다.(오른쪽) /제보자 제공

공사 현장 관계자는 "주민 한 분이 이곳에 밤마다 차를 몰고 와 음식을 두고 간다"며 "그러다보니 들개들이 계속 내려온다. 이것도 골치가 아픈데 음식 때문에 까마귀까지 몰려들어 까마귀를 쫓아내기 위해 펜스에 퇴치용 바람개비를 설치해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야생 들개들의 개체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관할 구청이 해를 넘기도록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를 비롯한 많은 주민들은 2018년부터 관할 구청인 연제구청에 들개를 포획해달라는 민원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민원은 들개 공격으로 인한 고양이 폐사와 노약자와 어린 아이들의 안전 문제, 소음, 교통사고 위험 등이다.

최모(50대·여)씨는 "교배를 하고 새끼를 낳으면서 계속해서 들개 수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침마다 주민들이 고양이 사체를 보는 것도 두렵고 안타까운 한편 물림사고 등의 인명피해도 우려스럽고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 하루빨리 해결돼야 할 문제인데도 구청은 2년 가까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8년 들개 피해와 관련한 주민들의 민원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들개 수는 10~20마리 정도로 파악됐지만, 현재는 40~50마리로 늘어났다. 연제구청에 따르면 작년 5월부터 ‘들개포획전문팀’과 첫 계약을 맺고 포획 작업을 해오면서 지난해에는 7마리, 올해는 2마리의 들개를 포획했다.

담당 부서인 연제구청 일자리경제과 측은 "작년 5월부터 전문포획팀과 계약을 하고 계속해서 포획 중에 있지만 사실상 포획 작업이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들개 포획을 반대하는 주민 중 한 분이 계속해서 특정 장소에 먹이를 주며 전문포획팀의 포획 과정을 방해하거나, 포획팀이 설치한 포획틀을 훼손하는 등의 일이 반복되면서 난항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문제를 비롯해 부산진구에서도 화지산을 타고 야생 들개들이 연제구 쪽으로 넘어온다. 연제구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산진구에서도 같이 협조를 해서 해결해나가야 한다"며 "주민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내년도 신규사업에 편성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늘어나는 들개 수와 비교했을 때 현재까지 포획한 들개 수는 턱없이 부족한 결과이며, 들개 피해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제한적인 포획방법으로 결국 예산과 인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민원인 이모(50·여)씨는 "2년이 다 되어가도록 반대 주민의 훼방과 다른 지역에서 산을 타고 넘어 온다는 핑계만 늘어놓으며 7마리밖에 포획을 못했다는 것은 적극성 결여다. 들개 피해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며 "(들개)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주민과 담당공무원을 비롯해 모두의 피해는 가중되면서도 개체수에 따라 계약금을 지급받는 민간포획전문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다"고 질타했다.

또 다른 민원인 장모(50·여)씨는 "유기동물 발생은 감소하는 한편 들개 무리는 증가하는 추세에 대해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실제 들개 피해는 연제구만의 문제가 아니며 이들은 산을 따라 부산 전역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피해도 발생하고 있고, 어디든 피해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포획전문업체의 인도주의적(먹기 유인)인 포획 방법으로는 연제구를 비롯해 전역에 포진한 수십, 수백 마리의 들개들을 포획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고 지자체 차원의 전방위적인 협조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농축산유통과 관계자는 "현재 포획 단가를 상향 조정하고 포획단 인력을 증원 시키는 방향을 포획협회와 상의해보겠다"며 "획기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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