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보관‧이전할 공간 확보 어렵다”…정 작가 ”시민과 문화예술인들에게 결정 맡기겠다“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정 작가의 ‘검은비’는 2018년 5‧18 38주년 특별전 일환으로 80년 5월 당시 희생자들의 주검을 수습해 임시 보관한 항쟁 사적지 상무관의 특별한 기억을 추념하기 위한 작품이다.
검은비는 총 무게 150Kg에 달하는 쌀을 코발트와 검은 색을 혼합한 물감에 섞어 한알 한알 붙여 낸 설치작품이다. 쌀 낱알은 개개 사람의 생명을, 그리고 검은색으로 보이는 거대한 캔버스는 추모비를 상징한다.
이 작품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정 작가는 줄곧 전쟁과 평화에 관련된 역사적 내용들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광주광역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이 상무관이 포함된 옛 전남 도청 원형복원사업을 추진하며 작품이전을 작가에게 요청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18기념재단 5월 단체들은 광주시의 이전 요청에 반발, 성명발표를 통해 강력하게 작품보존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 작가 역시 광주시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에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두 기관 모두 적당한 장소가 없다며 사실상 폐기방침을 기정사실화 했다.
정 작가는 9월 10일 KBS '문화톡톡‘ 진행자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재연의 모습은 혐오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역사도 역사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완강하게 광주시와 아시아문화전당 측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정 작가는 "만일 꼭 폐기를 해야 한다면 작품을 5월 희생장 묘역에서 태우겠다"고 말하며 "광주시민들과 문화예술인들에게 결정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광주시는 작품이 너무 커 보관이나 이전 설치할 수 있는 공간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양측의 이 평행선이 어떻게 모아질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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