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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르포-'지금' 부산 해수욕장<상>] 인산인해는 ‘옛말’…'물놀이'보다 '바다 조망'

  • 전국 | 2020-07-21 07:24
바다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7월 셋째 주 주말인 지난 18일 낮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전경. 예년보다 피서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부산=조탁만 기자
바다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7월 셋째 주 주말인 지난 18일 낮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전경. 예년보다 피서객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부산=조탁만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확 달라진 풍경…‘2m 거리두기’, QR코드 인증,발열 체크 등 '조심'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기자] "부산 지역 해변 분위기가 예년과는 사뭇 달라졌어요."

바다가 그리워지기 시작하는 7월 셋째 주 주말.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일대에서 지난 18일 오후 만난 시민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눈에 봐도 예년보다 피서객들이 현저히 줄어든 모습이다.

부산을 대표하는 해운대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 4200개의 파라솔이 설치됐지만, 올해는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절반 이상 줄었다. 2m 간격으로 띄엄띄엄 펼쳐진 파라솔 아래엔 피서객들이 드문드문 누워 있다.

연인·가족 단위 시민들이 간간이 백사장을 거닐거나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지만 본격적인 피서철이 아닌 데다 장마철인 탓에 한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이 모이는 자리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운대해수욕장 관광안내소 앞 백사장에 설치된 ‘조형물’ 인근에는 시민들이 빽빽하게 줄을 서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해수욕장 파라솔을 이용하호는 피서객보다 인근 호안도로에 줄지어 있는 커피전문점이나 맥주 가게 등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여유를 즐기는 방문객이 예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다. 시민 김모(34)씨는 "물놀이를 하기보다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갑갑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20일 <더팩트>가 부산지역 해수욕장이 개장한 지난 7월 1일부터 19일까지 해수욕장별 피서객을 취재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결과, 해운대해수욕장 245만5653명(2019년)→173만5705명(2020년), 송정해수욕장 72만1674명(2019년)→57만9038명(2020년), 광안리해수욕장 83만6200명(2019년)→46만5370명(2020년), 송도 해수욕장 39만명(2019년)→18만9000명(2020년)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송도해수욕장 경우 피서객이 절반 이상이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부산지역 해수욕장 행사가 대폭 축소된 것도 피서객이 준 이유로 꼽힌다. 해운대구는 지난해 개최했던 해운대비치시네마 등 7개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다만 해운대해변라디오는 무대 공연이 아닌 음악 송출 방식으로 진행한다. 송정해수욕장도 행사 자체를 열지 않고 있다.

수영구도 주민자치회 발표 경연대회, 음악회, 어린이 조개잡이, 광대 연극제 등 각종 문화행사를 대거 취소했으며 서구는 송도바다축제, 현인 가요제 등 행사를 모두 중단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당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대응이 우선이다. 8월 초 예정된 '불꽃 축제'가 개최될 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구 관계자는 "피서객 유치도 중요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방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오후 8시 50분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바닥에 표시된 구간을 따라 ‘2m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야경을 즐기고 있다./ 부산=조탁만 기자
지난 17일 오후 8시 50분쯤 부산 수영구에 있는 민락수변공원에서 방문객들이 바닥에 표시된 구간을 따라 ‘2m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야경을 즐기고 있다./ 부산=조탁만 기자

코로나19는 부산지역 해수욕장의 ‘낮’뿐 아니라 ‘밤’ 풍경도 바꾸어 놓았다. 지난 17일 오후 8시50분쯤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에서는 수영구청 직원들이 출입자를 대상으로 휴대전화를 활용한 QR코드 번호인증과 함께 발열 체크 확인에 한창이었다.

이는 여름밤이면 야외 클럽을 방불케 할 만큼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이 공원에 몰리는 젊은 남녀 피서객을 줄여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수영구는 올해 민락수변공원 하루 이용객을 2200명으로 제한했다.

공원에 들어서자 방문객들이 바닥에 표시된 구간에서 ‘2m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돗자리를 펼친 채 즐기고 있었다. 환경미화원 A씨는 "이곳을 찾는 인파가 줄면서 음식물, 술병 등 쓰레기가 종전의 5분의 1로 줄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 상권에선 울상이다. 한 편의점 점주 B씨는 "지난해 민락수변공원에 시민들이 몰려 먹거리를 많이 사갔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수변공원 출입자수를 제한하면서 매출이 크게 떨어져 한철 장사로 먹고 사는 상인 입장에서는 앞으로가 정말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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