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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의 마스크 천사…NGO ‘올인원’ 이혜원 대표

  • 전국 | 2020-07-13 13:17
아프리카에 급속하게 확산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보낸 교민귀국용 특별기에 오르지않고 탄자니아에 남아 마스크 3,000장을 만들어 배포한 NGO 올인원 이혜원 대표가 현지 직원들과 함께 자신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아프리카에 급속하게 확산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지난 5월 한국 정부가 보낸 교민귀국용 특별기에 오르지않고 탄자니아에 남아 마스크 3,000장을 만들어 배포한 NGO 올인원 이혜원 대표가 현지 직원들과 함께 자신이 직접 제작한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코로나19 위기 속 한국행 거부하고 마스크·예방 수칙 홍보 티셔츠 3천 장 만들어 현지에 배포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본 기록의 대상이 되는 기이한 사건들은 오랑에서 일어났다. 일반적인 여론에 따르면, 일상에서 좀 벗어난 그 사건들이 일어날 곳은 아니었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페스트’는 그렇게 시작된다. 여기서 기이한 사건은 알제리의 해안 도시 ‘오랑’을 엄습한 페스트의 창궐이다. 도시는 봉쇄되고, 오랑의 시민들은 탈출을 하려고 안간 힘을 쓴다. 소설 속 주인공인 의사 ‘리외’는 휴양지에서 요양중인 아내가 몹시 걱정이 되지만 탈출을 단념하고 페스트와 싸운다.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의사라는 실존의 자각 때문이다.

고민 끝에 리외는 탈출을 단념했기에 오랑에서 자유롭다. 이 자유로움이 곧, 까뮈가 소설 페스트에서 얘기하고자 한 실존의 자유다.

코로나19로 지난 4월 탄자니아 내 모든 국제공항이 폐쇄되고, 5월 초 탄자니아 거주 한국인 대다수가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마련된 전세기를 타고 떠날 때, NGO 올인원(Aio Tanzania, 이하 Aio)의 이혜원 대표도 리외의 고민을 한동안 겪었을 듯싶다.

자신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되는 경우, 탄자니아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끝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으로 며칠을 전전긍긍하며 보냈지만 이 대표는 끝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대신에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접해본 적도 없고, 마스크를 제작할 곳도 없는 탄자니아 사람들이 스스로 마스크를 구하거나 만들어 사용할 길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행정청 또한 코로나19 감염위기 속에서도 마스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NGO 올인원 이혜연 대표가 직접 제작해 탄자니아 각지로 보내질 마스크와 코로나19 예방수칙이 쓰여진 홍보 티셔츠./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NGO 올인원 이혜연 대표가 직접 제작해 탄자니아 각지로 보내질 마스크와 코로나19 예방수칙이 쓰여진 홍보 티셔츠./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이 대표는 재봉사들을 고용해 직접 제작한 마스크와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담은 티셔츠를 Aio의 거점인 다르살렘 시민들에게 배포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에 부딪혀 시청·구청·경찰청과 함께 협동으로 시구청과 지역 세무서, 항만청, 경찰서, 국민연금공단, 주민자치센터, 지역 대형교회, 무슬림 성전 등에 티셔츠와 마스크를 배부했다.

코로나19는 다르살렘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탄자니아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역간 혹은 이웃한 동아프리카 국가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것으로 알려진 대형 트레일러, 유조차, 트럭 운전수들을 대상으로 신호대기 혹은 정차 중인 잠깐의 시간을 이용해 마스크와 예방안내 포스터 티셔츠를 배포했다. 특히 주민들과 가장 대면접촉이 많은 교통경찰 보호를 위해 다르살렘을 비롯한 탄자니아의 주요 도로에 위치한 모로고로와 도도마 아루샤 등 다른 지역 경찰청까지 배포 영역을 넓혔다.

그렇게 배포된 마스크와 티셔츠가 각각 3,000장에 이른다. 마스크 제작 자체가 현지에선 생소한 작업이었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와 함께 밤낮으로 매달렸다.

지난 6월 29일 다시 학교가 문을 연 뒤, Aio는 학생들이 손을 씻을 물통을 지원하고 교사용 마스크 지원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집단생활을 하게 될 학생과 교사들을 위해 손씻기용 물통과 손씻기, 이바르게 닦기 등 보건교육을 공립학교에 제공할 예정이다.

탄자니아 다르살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에 나선 이혜원 NGO 올인원 대표./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탄자니아 다르살렘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에 나선 이혜원 NGO 올인원 대표./탄자니아=NGO 올인원 제공

광주가 고향인 이 대표는 2015년 3월 탄자니아에 갔다. 당시 한국에서의 생활은 한편은 밝았고 한편은 어두웠다.

컴퓨터 공학 박사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잘나가는 국가공무원이었지만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는 고단한 주부였다. 자신이 감당하면 되는 심신의 고단함 보다는 아이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차가운 시선이 너무 불편하고 견딜 수 없었다. 아이는 한국의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누리는 공동체의 모든 삶에서 배제됐다.

이 대표는 많이 지쳤고, 구원의 비상구를 모색했다. 발달장애 큰 아이가 세 살이 됐을 때 미국 이민을 결심했고, 열악한 처지의 아이들이 많은 곳에 가서 NGO 봉사를 몇 년 하겠다는 생각으로 선택한 곳이 탄자니아였다. 탄자니아를 택한 것은 비자 얻기가 가장 편하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렇게 삶의 비행에서 불시착하듯 아프리카에 내렸지만 그를 기다린 것은 어린왕자도 사막의 여우도 아닌, 전기가 끊어지고 물이 나오지 않는 막막한 거처였다. 비오는 날을 기다려 물통에 물을 받아 식수를 해결해가며 탄자니아에서의 삶이 시작됐고, 지금에 이르렀다.

이 대표는 그럼 지금 행복할까? 기자의 우문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답한다.

"탄자니아에 와서 행복한지, 불행한지, 한 번도 자신에게 되묻지 않았다. 이곳도 지구촌의 한 곳이고 , 그 지구인 중 특별히 열악한 처지에 있는 누구인가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실존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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