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돼온 도덕성·투명성 논란…회원 불만 선거판 흔들어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국내 음악 저작권 시장이 5000억 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면서 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음저협)를 둘러싼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오는 12월 16일 치러질 제25대 회장 및 22대 임원 선거는 단순한 협회 대표 선출이 아니라, 한국 음악 산업의 미래 구도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요 및 대중문화계 전반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오랜 기간 지적돼온 협회의 불투명한 운영 구조, 누적된 비리 의혹, AI 시대의 새로운 저작권 질서라는 '삼중' 과제를 안고 치러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업계에서는 "차기 회장단의 성향에 따라 향후 10년의 제도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는 작곡가 김형석, 현 KOMCA 이사이자 싱어송라이터 이시하 두 명이 후보로 나섰다. 두 후보 모두 저작권료 규모 확대와 회원 복지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개혁 강도는 확연히 다르다.
김형석 후보는 국내외 징수·분배 구조 개선을 통해 해외 징수액을 임기 내 1000억 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또한 별도 복지재단 설립, 의사결정 구조 투명화 등 안정적 개편을 강조하며 비교적 점진적인 변화를 제안하고 있다.
반면 이시하 후보는 이번 선거의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그는 ▲저작권료 2배 시대 선언 ▲약 900억 원 규모 미분배금 회수 ▲회장 재산·저작권료·업무추진비 즉시 공개 ▲AI 보상 연금제 도입 ▲65세 이상 작가 연금 100만 원 보장 등 기존 협회 운영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겠다는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내세웠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답답했던 구조적 문제에 칼을 대려는 최초의 시도"라는 평가도 나온다.

AI 저작권 시대 첫 회장… 누가 더 '준비된 변화' 보여줄까
KOMCA는 약 4000억 원 규모의 시장을 관리하는 국내 최대 저작권 단체다. 그러나 그 영향력만큼 내부 운영을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았다.
수년간 각종 비리 의혹과 의사결정 불투명성 문제가 제기되며 국회 국정감사에 오르내렸고, 일부 회원들의 불만이 누적돼 협회 구성원 간 신뢰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번 선거에서도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약 150명의 회원들이 모여 대응팀을 만들고 회장 후보 자격 문제를 논의한데 이어, 이중 일부는 KOMCA 정문 앞에서 김형석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면서 논란이 더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과거 이사 재직 시 절대적 부족한 회의 참석률 ▲이마트 매장음악 사용료 분쟁 당시의 이해충돌 의혹 등을 제기하며 후보 자격 문제를 언급했다.
해당 의혹에 대해 김형석 후보는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고, 제가 운영하던 학원 학생들이 참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회원들은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회원 권리가 제3자로 흘러간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의혹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이러한 논란은 후보 개인 문제를 넘어, 협회 운영 전반의 구조적 불신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하지만 선거 국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균형 vs 혁신…단순 인기 경쟁 아닌 저작권 미래 달린 선택
가요계와 법조계가 꼽는 이번 선거 최대 이슈는 단연 AI 시대의 저작권 제도 마련이다. 데이터 기반 학습 보상 구조, 생성형 AI 콘텐츠 분배, 작가 소유권 범위 등 새로운 쟁점들이 이미 해외에서 빠르게 제도화되는 가운데, KOMCA 역시 더 이상 기존의 징수·분배 시스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 지점에서 각 후보가 내세우는 개혁 속도와 방향이 선거의 향배를 가를 핵심 요소로 떠오른다.
김형석 후보가 전통적인 거버넌스 개편과 국제 징수 확대 등 '안정적 변화'를 표방한다면, 이시하 후보는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면적 혁신을 강조한다. 특히 AI 보상 연금제 도입과 같은 장기 제도 설계는 "기존 회원뿐 아니라 향후 신세대 창작자 유입에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속도와 방향이 모두 중요하다. 변화가 더디면 국제 경쟁에서 뒤처지고, 지나치면 혼란을 초래한다"면서 "지금 KOMCA가 요구받는 것은 준비된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번 KOMCA 회장 선거는 단순한 인기 경쟁이 아니라, 한국 음악 산업 시스템의 향후 진화를 결정하는 분기점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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