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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2024년 계엄 상황에 충격…무력 통제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를"

  • 생활/문화 | 2024-12-07 10:49

스웨덴 한림원서 노벨문학상 첫 기자 간담회
"'문학은 여분의 것이 아닌 꼭 필요한 것"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한국 최초, 아시아 여성 작가 중 처음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6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2024년 다시 계엄 상황이 전개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를 막는 방식으로 통제하는 과거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밝혔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개최한 노벨주간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소년이 온다'를 쓰기 위해 1979년 말부터 진행된 계엄 상황에 대해 공부했었다. 그날 밤 모두 그랬던 것처럼 저도 큰 충격을 받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세계 기자들이 모인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 사태에 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한강이 한국어로 말하고 영어로 번역해서 인터뷰가 진행됐다.

한강은 "젊은 경찰과 군인들의 태도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맨몸으로 장갑차 앞에서 장갑차를 멈추려고 애쓰시던 분도 보았고, 맨손으로 무장한 군인을 껴안으면서 제지하는 모습도 보았고, 총을 들고 다가오는 군인들 앞에서 버텨보려고 애써보려는 사람들 모습도 보았다"며 "그분들의 진심과 용기가 느껴지던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판단하려고 하고, 내적 충돌을 느끼면서 최대한 소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런 명령을 내린 사람 입장에서는 소극적이었겠지만 보편적 관점에서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고통을 느끼면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 적극적인 행위였다"는 고 설명했다.

'채식주의자'를 둘러싼 '청소년 유해 도서' 논란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그는 "'채식주의자'는 2019년 스페인에서 고등학생들이 주는 문학상을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 산티아고에 가서 학생들의 토론과정에 참여했는데 굉장히 학생들이 깊게 생각하고 소설을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을 하는 것에 감명 받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를 굉장히 고통스럽게 공감하면서 읽어주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또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데 그게 그냥 이 책의 운명"이라면서 "이 소설에 유해 도서라는 낙인을 찍은 것은 책을 쓴 사람으로서는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학교 독서 교육에 대한 우려도 전했다. 한강은 "책이라는 건 굉장히 중요한 존재이고 우리가 책들을 읽으면서 공존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 이런 것들을 배워가고 그러면서 뭔가 성숙한 태도도 갖게 되고 좀 열려 있는 어떤 공동체가 된달까? 그럴 것 같은데 그런 인문학적인 토양의 기초가 되는 것이 도서관인데 사서 선생님들의 어떤 권한을 잘 지키는 방향으로 사회가 나아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책을 덜 읽는 시대 문학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문학이라는 것은 끊임없이 타인의 내면으로 들어가고 그런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런 행위를 반복하면서 내적인 힘이 생기게 된다"며 "갑작스러운 상황이 왔을 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최선을 다해서 결정을 하기 위해서 애쓰는 힘이 생긴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문학은 언제나 여분의 것이 아니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언론·표현의 자유가 우려할 만한 상황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언어의 특성 자체가 뭔가 강압적으로 그걸 이렇게 눌러서 길을 막으려고 한다고 해서 그게 잘 되지 않는 그런 속성이 언어에 있다"며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일이 있다 해도 계속해서 말해지는 어떤 진실이 있을 것이고 그런 어떤 언어의 힘은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 앞서 한강은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노벨박물관에 모여 자신의 옥색 작은 찻잔을 기증하고 '노벨 의자'에 서명했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소장품 기증식 직후 스웨덴 한림원과의 오찬 중 앉았던 의자의 바닥면에 서명하는 전통이 있다. 자신이 앉았던 검은 의자에 서명하는 게 관례다. 그는 2022년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 2023년 수상작가 욘 포세가 앉은 의자에 황금색 굵은 펜으로 서명했다.

한강은 찻잔과 함께 작은 메모를 남겼다. 메모에는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가장 맑은 정신으로 전날까지 쓴 소설의 다음을 이어 쓰기, 당시 살던 집 근처의 천변을 하루 한 번 이상 걷기, 보통 녹차 잎을 우리는 찻주전자에 홍차잎을 넣어 우린 다음 책상으로 돌아갈 때마다 한잔씩만 마시기"를 소개하며 '일상'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기자간담회는 노벨재단이 마련한 수상자 기자간담회의 첫 순서였다.

이어 7일 오후 5시에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작품 세계를 회고하는 강연이 이어진다. 약 1시간가량 한국어로 진행하는 강연은 사전 초청자에 한해 출입이 통제되지만, 노벨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10일은 시상식이 열린다. 노벨재단은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각 10일 자정)부터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제124회 노벨상 시상식을 개최한다. 약 1시간 10분간 진행되는 시상식이 끝나면 스톡홀름 시청사로 옮겨 만찬이 이어진다.

노벨주간의 마지막 날인 12일 한강 작가는 로열 드라마틱 극장(Royal Dramatic Theater)에서 열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밤에 참석할 예정이다. 작가와의 대화, 배우들의 작품 낭독, 음악 감상 등을 통해 전세계 독자들과 만날 것으로 보인다.

zza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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