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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 가수 파파금파, 신곡 '오사카의 밤' 조항조와 가사 협업

  • 생활/문화 | 2024-10-16 10:14

일본 오사카 거주했던 '부친 애환' 담은 애틋한 사랑이야기
무속인 편견 걷어내고 방송출연하며 트로트 가수로 맹활약


가수 파파금파가 최근 선보인 신곡 '오사카의 밤'(김정욱 작곡)은 사연이 깃든 노래다. 일본에 거주했던 파파금파의 부친에 대한 애틋함을 반추하는 의미를 담았다. /파파금파
가수 파파금파가 최근 선보인 신곡 '오사카의 밤'(김정욱 작곡)은 사연이 깃든 노래다. 일본에 거주했던 파파금파의 부친에 대한 애틋함을 반추하는 의미를 담았다. /파파금파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가요계에 히트곡이 탄생하려면 흔히 '3박자'가 맞아 떨어져야한다고 말한다. 우선 좋은 노래가 있어야하고 곡을 잘 소화할 훌륭한 가수가 있어야 한다. 좋은 노래의 필수 요소는 물론 가사다.

대중은 가사에 내포된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빠져들고 노래를 반복적으로 듣게 마련이다. 가사가 좋으면 곡도 금방 만들어진다고 말하는 작곡가들이 많다. 그만큼 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의미다.

가수 파파금파가 최근 선보인 신곡 '오사카의 밤'(김정욱 작곡)은 사연이 깃든 노래다. 일본에 거주했던 자신의 부친에 대한 애틋함을 반추하는 의미를 담았다.

"아버지는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세상을 떠났고, 저는 반세기가 더 지나서야 오사카를 방문했어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도톤보리 강이 바라다보이는 곳에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있는데, 고향의 가족을 그리며 살았을 아버지의 애환이 생생히 떠오르더군요. 타국에서 얼마나 많이 외로우셨을까 생각하니 저도 몰래 눈물이 나더라고요."

파파금파는 고향이 제주이고, 부친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제시대 일본에 거주하며 돈을 벌었다. 지금도 오사카에는 당시 아버지처럼 일본으로 건너가 가정을 이룬 후손들이 많다.

노래 가사는 그렇게 만들어졌고, 가요계 선배인 조항조가 애틋한 사랑 이야기로 새롭게 다듬었다. 유명 가수가 자신의 곡이 아닌, 인지도가 낮은 가수의 작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은 드물다. 덕분에 이 노래는 둘이 공동 작사가로 등재됐다.

조항조는 "누구나 무명가수 시절은 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면서 "음악적 실력과 재능이 넘쳐나도 어떤 계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면서 "평소 아끼는 후배 가수인데 노랫말 사연을 듣고 마음이 이끌려 함께 가삿말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갈색레인 코트에/ 추억을 꺼내 입고/ 외로움을 달래며 걷고 있는/ 쓸쓸한 오사카의 밤/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은/ 도톤보리 강물을 삼키고/ 그리움에 헤매이는 나는/ 또다른 사랑 찾아 어둠을 삼키네/ 아아 채울 수 없는 외로움이여/ 아아 멈추지 않는 그리움이여/ 쓸쓸해 보이는 오사카의 밤/ 외로이 흐르는 강물/ 아아아 아아아 술한잔에 그리움을 달래어 보네'(파파금파의 '오사카의 밤' 가사 1절)

가수 파파금파의 원래 희망은 연기자였다.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연기자 데뷔 직전 방향을 틀었다. 그가 부른 또다른 노래 '부모님 전상서'는 연기자로 성공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희망을 떠올리며 직접 작사한 노래다. /파파금파
가수 파파금파의 원래 희망은 연기자였다.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연기자 데뷔 직전 방향을 틀었다. 그가 부른 또다른 노래 '부모님 전상서'는 연기자로 성공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희망을 떠올리며 직접 작사한 노래다. /파파금파

가사에 등장하는 도톤보리는 일본 난카이센 난바 역과 신사이바시 역 중간 정도에 위치한 곳이다. 화려한 네온사인이 불야성을 이루는 수많은 음식점과 술집들이 몰려있고, 한국 관광객이 꼭 들르는 관광 명소 중 하나다.

트로트 가요계에는 의사 경찰 변호사 국회의원 등 이색 직업 출신 가수가 많다. 파파금파(본명 이효남)는 무속인 가수다. 그는 어려서부터 가요를 워낙 좋아한 탓에 뒤늦게 가요계에 늦깎이 가수로 뛰어들어 실력을 인정받았다.

첨엔 가벼운 마음으로 음반을 냈지만,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활동 영역을 키워가게 됐다. 그런데 노래실력과 무관하게 무속인이란 사회적 편견이 가로막았다. 같은 이유로 지상파 방송 출연에도 번번이 제동이 걸리곤 했다.

알고보면 파파금파는 일반 무속인들과 달리 기도장이 딸린 수백명의 신도를 거느리고 있고, 정부가 인정하는 정식 종교단체의 종교인이다. 그는 "노래를 위해 자신의 본 직업을 바꾸거나 포기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파파금파는 88년 태광음반 '할말이 있어요'(박원웅 작사 작곡) 데뷔했다가 취입후 3개월만에 군입대를 계기로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전역후 가수로 복귀하지 못하고 운명적으로 무속인이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됐다.

그로부터 30년후인 2019년 무속인으로 크게 성공한 뒤 '인생은 회전목마'로 재데뷔했다. 그는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도록 가수로서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그는 '오사카의 밤' 공동 작사가인 조항조와 가수 진미령 등 트로트 선배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원래 희망은 연기자였다. 서울예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연기자 데뷔 직전 방향을 틀었다. 그가 부른 또다른 노래 '부모님 전상서'는 연기자로 성공하기를 바랐던 어머니의 희망을 떠올리며 직접 작사한 노래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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