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한자어 '기계'…영어 직역하면 '예술체조'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지난달 26일 개막해 어느덧 대회 중반에 접어든 '2024 파리 올림픽'. 밤잠을 설치며 우리 선수단의 활약상을 지켜보는 국민들이 많을텐데요. 지난 3일 밤(한국시각)에는 기계체조 도마 결승 경기에서 한국 여자 기계체조 간판 여서정이 출전해 활약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기계체조는 왜 '기계' 체조라고 부르는지 아시나요? 전기를 쓰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농담입니다.)
추억의 '국민체조'처럼 주로 일반인들이 맨손·맨몸으로 하는 체조는 '도수체조'입니다. 체조선수들이 도마·평균대·이단평행봉 등을 이용해 전문적으로 하는 운동을 '기계체조'라고 부릅니다.
기계체조에서 '기계'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동력을 써서 움직이거나 일을 하는 장치'를 뜻하는 '기계(機械)'와 다른 한자를 사용하고 의미도 다릅니다. 기계 체조에서 '기계(器械)'는 '연장, 그릇, 기구'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전자는 '틀 기(機)'자를 사용하고 후자는 '그릇 기(器)'자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대개 우리는 그릇이나 기구를 '기계'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기계가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계(器械)'가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입니다.
영어로는 'Artistic Gymnastics'인 기계체조는 직역하면 '예술체조'입니다. 기계체조는 19세기 유럽에서 스포츠로 자리잡았습니다. 체조가 단순히 체력 단력을 넘어 몸의 표현과 공연의 한 형태로 자리를 잡으며 'Artistic(예술적인)'이라는 용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는데요. 이 운동이 일본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일본은 'Artistic Gymnastics'를 '예술체조'라고 직역하지 않고, 공통적으로 '기구(기계)'를 사용하는 운동이라는 점을 의역해 '기계체조'라는 말을 붙였습니다.
한국에 기계체조가 도입된 정확한 연도는 알려지지 않지만 구한말부터 기계체조에 대한 기록이 발견되고, 1931년 한국 최초의 체조 대회인 제1회 전조선기계체조대회가 열린 것을 미루어보아 일본을 통해 들여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일본식 한자어를 그대로 읽으면서 '기계체조'라고 부르게 된 것이죠.
기계체조는 1896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남자 종목에는 마루운동, 안마, 링, 도마, 평행봉, 철봉 등 6개 종목, 여자 종목은 도마, 이단평행봉, 평균대, 마루운동 등 4개 종목이 있습니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는 도마 종목에 출전한 여서정을 포함해 우리 선수 8명이 출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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