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에 익숙한 90년대생 예비부부
아이폰으로 찍는 스냅 사진에 관심↑
본식 이후 인화 아닌 SNS 게시 목적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그 안에서 출발합니다. 기원을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기도 하고 의외의 즐거움을 찾기도 합니다. '우린 어디서 왔을까?' 오늘의 우리는 '(결혼식) 아이폰 스냅'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이상빈 기자] 요즘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스드메(스튜디오 사진·드레스·메이크업)'만큼 신중히 결정하는 업체가 '아이폰 스냅(snap)'이다.
아이폰 스냅은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가볍게 찍는 사진을 일컫는다. 포토그래퍼가 웨딩 화보 사진을 촬영하면서 서브(sub)로 활용하거나, 본식에 동행해 여러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으로 굳어졌다.
돌잔치와 같은 가족 행사에도 아이폰 스냅을 쓰지만 수요가 집중되는 현장은 결혼식이다. 소비자는 개별로 업체를 예약하거나 예식장과 연계된 곳에 의뢰한다.
포털사이트에서 아이폰 스냅을 검색하면 여러 업체가 나올 정도로 이미 시장이 형성됐다. 소셜미디어 사용이 익숙한 2030세대 예비부부들을 겨냥해 인스타그램 채널로 홍보에 나선 업체도 있다. 채널에 올린 결혼식 사진이 그들의 포트폴리오다. 많은 팔로워 수는 곧 경쟁력이다.
소비자가 업체를 고를 때 포트폴리오와 더불어 깐깐하게 따지는 건 전문 작가 동행·사업자등록증 소지·현금영수증 발행 여부다. 이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업체의 필요조건이다.
일부 비양심 업체는 결혼식에 대리 작가를 투입하거나 약속을 어기고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를 하기도 한다. 타 업체에 비해 금액이 너무 싼 곳은 기피 대상이다.
풍부한 경험도 업체 선택 조건 중 하나다. 예식장마다 조명 상태가 다르기에 밝거나 어두운 홀 모두 촬영이 가능한 업체일수록 수요가 많다.
업체는 유형에 따라 상품을 나눠 비용을 책정한다. 업체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최소 10만 원대 후반부터 최대 45만 원까지 범위가 넓다. 상품에 숏폼용 영상이 포함된 경우도 있다.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업체가 늘면서 전문 포토그래퍼도 뛰어들며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이폰 스냅 예약은 예비부부 입장에서 안 그래도 까다롭고 복잡한 결혼식 준비 과정에 하나를 더 추가하는 셈이다. 비용도 전문 카메라로 찍는 메인 사진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아이폰 스냅을 찾는 예비부부가 많아 특정 날짜에 유명 업체와 인기 작가를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로 업체 후기를 찾아보거나 여러 곳을 놓고 꼼꼼히 비교하는 일이 예약 전 통과의례가 됐다.
아이폰 스냅은 왜 결혼식 필수 코스가 됐을까.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한 1990년대 초중반 출생자의 혼인이 증가하면서 결혼식 트렌드가 이에 맞게 바뀌는 것이 이유로 꼽힌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9세, 여성 31.4세였다. 연령별 혼인 건수(단위 1000명당)에서도 30~34세가 남성 40.1건, 여성 42.7건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각각 앞뒤 연령대인 25~29세는 남성 19.2건·여성 34.2건, 35~39세는 남성 22.5건·여성 16.3건이었다.
이른바 'MZ세대'로 분류하는 1990년대생들은 학창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썼고 소셜미디어로 일상을 공유하며 문화를 소비한다. 일반 카메라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많이 찍는다.
결혼식에서조차 가족, 지인들이 스마트폰에 순간을 담는 일이 흔하다 보니 이를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중에서도 카메라 렌즈가 감성적인 색감을 표현하고 인물 사진에 특화한 아이폰이 주목받았다.
전문 카메라에 비해 화소수가 높지 않고 저조도에서 선명한 사진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아낸다는 점이 아이폰 스냅의 특수성이다.
앨범을 받기까지 몇 개월 걸리는 메인 사진과 달리, 본식 당일 스마트폰으로 결과물을 받아볼 수 있다는 신속성도 아이폰 스냅의 강점이다. 예식을 마친 부부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스냅 사진을 보면서 본식의 여운을 느끼는 일도 가능하다.
아이폰 스냅의 목적이 인화가 아닌 소셜미디어 업로드나 개인 소장이기에 사진이 빠르게 전송될수록 만족도가 높다. 본식 이후 주인공들이 인스타그램 릴스, 게시물, 스토리 등에 사진을 바로 올리는 것도 아이폰 스냅을 활용한 경우다.
사진의 품질보다 그날의 감성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MZ세대 예비부부들이 아이폰 스냅 선호로 결혼식 트렌드를 바꿔가고 있다.
pk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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