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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가뭔데] 아직 마흔은 아니지만 '쇼펜하우어'를 읽습니다 (영상)

  • 생활/문화 | 2024-06-16 00:00

올해 상반기 베스트셀러 쓸어 담은 '쇼펜하우어'
뼈 때리는 조언 같은 문장에 위로받는 2030세대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삶이 괴롭다면 그냥 평소보다 많이 먹고 많이 자라."

이토록 시니컬한 말을 남긴 사람은 18세기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다. 촌철살인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2024 상반기 베스트 셀러 목록'에 따르면 강용수가 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책은 연말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책이 인기를 끌다보니 철학자 쇼펜하우어 자체에 대한 인기가 덩달아 높아졌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외에도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잠들기 전에 읽는 쇼펜하우어',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등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인스타그램에는 쇼펜하우어와 관련된 게시물이 1만 6000개가 넘게 게시돼 있다.

MZ세대가 쇼펜하우어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독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따르면 쇼펜하우어의 저서 '쇼펜하우어 인생수업'과 '쇼펜하우어 아포리즘'을 읽은 사람의 40% 이상이 2030세대였다.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2'에 출연해 최근 읽은 책으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꼽았다. /TEO 캡처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2'에 출연해 최근 읽은 책으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꼽았다. /TEO 캡처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역시 책 제목이 무색하게 2030세대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은 유튜브 채널 'TEO 테오'의 '살롱드립2'에 출연해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읽었다며 "다른 이들은 마흔에 읽지만 전 스무살에 읽고 싶었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인생은 고통이다"라고 말하는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2030세대를 사로잡은 이유는 그의 문장은 차갑지만 그 속에 따듯한 삶의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학업, 취업,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경쟁 사회에 지칠대로 지친 MZ세대들이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내놓는 쇼펜하우어로부터 인생의 해답을 찾고 위로를 받는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인생은 어떻게든 끝마쳐야 하는 과제와 같다. 그러므로 견뎌 내는 것은 그 자체로 멋지다."

명료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는 쉬운 문장도 인기에 한 몫을 한다. 대개 철학서는 철학 전공자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고 난해한데, 쇼펜하우어의 문장은 간결하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먹은 것이 육체가 되고 읽은 것이 정신이 되어 현재의 자신이 된다"는 문장처럼 통찰을 주면서도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출퇴근길에 쇼펜하우어 책을 즐겨 읽는다고 밝힌 30대 A 씨는 "철학책이지만 어렵지 않아 읽기 시작했다"며 "쇼펜하우어의 뼈 때리는 조언이 마음을 다잡게 해준다"고 말했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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