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알림·미디어에 지친 MZ세대
디지털 디톡스로 심신 정화와 해방감
스마트 기능 없는 피처폰·캠코더 인기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트렌드로 떠오른 ‘디지털 디톡스’를 체험해 보고자 하루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아보았다. 마치 피처폰처럼 최소한의 기능 ‘전화, 문자, 시계’ 그리고 기록을 위한 ‘카메라’만 남겨두고 24일 하루 동안 스마트폰 다운타임(필수 앱 이외에 모든 앱 사용 제한) 기능을 실행했다.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뜬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지만 알 방도가 없다. 스마트폰이 없어 노래도 들을 수 없다. 경기도민에게 음악 없는 출근길은 상상하기도 싫은 비극이다. 그래도 이어폰을 지 않은 사람이 더러 보인다. 빗소리, 새소리, 자동차 소리까지 이어폰이 귀를 막았을 땐 들리지 않던 소리도 들린다.
스마트폰 없이 출근하니 책을 집중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팔 하나 제대로 움직이기 힘든 지옥철에서는 노래 듣기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없으니 지옥철에서도 책을 집중해서 읽게 된다. 더없이 긴 출근길이 끝나고 사무실에 도착해 노트북을 켰다. 일을 하기 위해 켠 노트북이 이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
◇'카톡', '카톡' 그만…떨어지는 집중력에 셀프 디톡스
이상의 기록은 스마트폰 없이 하루 살기를 실천한 기자가 아침 출근길을 기록한 내용이다. '디지털노마드' 세대에게 스마트폰 없는 하루는 발을 묶고 걷는 것과 같다. MZ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친숙하고 일상생활에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일을 할 때는 물론이고 태블릿 PC로 공부하고 스마트워치로 운동을 기록하고, 스마트폰으로 맛집 인증샷을 남긴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세대이지만 디지털 기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MZ세대도 늘고 있다. 스마트폰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집중력 저하'다. 쉴 새 없이 울리는 알림, 터치 한 번에 끊임없이 전환되는 화면에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느끼는 MZ세대가 많아지며 스마트폰 사용에 경각심을 느끼는 것이다. 지난 4월 출간돼 인터넷 서점 교보문고 종합 월간 베스트셀러 5위에 오른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의 인기는 이를 방증한다.
떨어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MZ세대가 찾은 방법은 이른바 '디지털 디톡스'. 디톡스는 몸에서 독소를 제거하는 행위다. '디지털 디톡스'도 마찬가지로 디지털 기기를 멀리하며 디지털 기기로 인해 발생하는 해로움을 제거하는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코드 쿤스트가 디지털 디톡스를 하는 모습이 방송을 타며 주목받기도 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책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소개하는 방법처럼 하루 동안 SNS 어플에 접속하지 않을 수도 있고, 기자처럼 스스로 정한 하루를 스마트폰 없이 지내는 방식도 있다. 처음 몇 시간은 스마트폰의 '난 자리'에 괜스레 서럽기까지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 집중하고 걸음에 집중하며 주변에 집중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SNS를 통해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는 방법과 후기를 공유하는 게시물이 잇따르면서 디지털 기기에 지친 사람들을 상대로 '디지털 디톡스'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디지털 디톡스 캠프에 참여하면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산행, 공방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디지털 기기로부터 해방된다.
◇휴대폰은 휴대폰, 카메라는 카메라
디지털 디톡스는 Y2K(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유행)와 만나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공짜폰', '효도폰'으로 불렸던 피처폰과 폴더폰은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 과잉에 실증이 난 MZ세대의 관심을 끌고 있다. 스마트 기능 없이 전화, 문자 등 최소한의 기능만 가능한 피처폰은 스마트폰만큼 똑똑진 않지만 덕분에 쏟아지는 알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덩달아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도 인기다. MZ세대가 카메라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을 내팽개치고 디지털카메라를 찾는 이유는 온전히 카메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카메라 기능밖에 하지 못하지만 스마트폰과 달리 다른 기능이 없기 때문에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다. 저화질이 주는 '세기말 감성'은 덤이다.
피처폰(폴더폰)이나 캠코더는 시중에서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중고 거래가 활발하다. 중고 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피처폰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7%, 폴더폰 검색량은 39%가 늘었다. 디지털카메라 검색량 역시 전년 대비 94%, 캠코더 검색량은 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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