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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백병원 의료시설 부지로 추진하는데…병원 활용방안은?

  • 생활/문화 | 2023-06-21 00:00

"구체적인 폐원 시점, 별도 논의 거쳐 결정"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 고용 유지 보장"


20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백병원 지부는 이사회를 앞두고 서울백병원에서 안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20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백병원 지부는 이사회를 앞두고 서울백병원에서 안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문수연 기자

[더팩트|문수연 기자] 인제학원이 서울백병원 적자 누적으로 개원 82년 만에 폐원을 결정했다. 서울시가 서울백병원 부지를 의료시설 용도로 한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한다고 밝히면서 부지를 상업용 건물로 개발하기 어려워졌지만, 인제학원은 의료원 발전을 위해 폐원을 강행하고 향후 창출되는 재원을 형제 병원에 재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학교법인 인제학원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폐원안을 의결했다. 법인은 "경영 정상화 노력에도 20년간 지속된 1745억 원의 적자(의료이익 기준)가 발생했고 외부전문기관 경영컨설팅 결과, 의료관련 사업 추진이 불가하며 의료기관 폐업 후 타 용도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인제학원은 "서울백병원 전체 구성원의 고용 유지를 보장한다"면서 "형제병원으로 전보조치를 해 전체 구성원의 고용을 유지하겠다. 서울백병원 이용 환자와 관계자를 대상으로 관련 안내장을 발송하며 안내문을 게시하겠다. 치료 중인 환자는 타 병원으로의 전원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병원 부지·건물 운영과 구체적인 폐원 시점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 논의를 거쳐 결정할 계획"이라면서 "새 병원 건립, 미래혁신데이터센터 운영, 수익사업, 매각 등 다양한 방안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어떤 형태로 운영하더라도 그로부터 창출되는 재원은 전부 형제 병원에 재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인제병원은 '수도권 백병원'(상계, 일산)과 '부산지역 백병원'(부산, 해운대)으로 이원화하며 발전방안을 마련해 시너지효과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법인은 "현재 진행 중인 일산백병원의 증축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수도권 내 백병원은 전문센터 위주로 재편해 진료역량을 한층 강화하겠다. 부산지역 백병원(부산, 해운대)은 미래형 의료시스템 구축, 중증진료체계 강화 등을 통해 부울경 최고의 병원을 만들어 수도권으로의 환자 유출 방지, 의료 격차 해소에 기여한다는 구상이다"고 밝혔다.

20일 백낙훤 백병원 이사가 이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백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문수연 기자
20일 백낙훤 백병원 이사가 이사회 참석을 위해 서울백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문수연 기자

이날 이사회를 앞두고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백병원 지부는 서울백병원에서 이사회 안건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서울백병원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대규모 응급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며 "폐원은 서울 도심 필수의료 공백과 공공의료 기능 부재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경영상황에 대한 투명한 공개 없는 폐원은 졸속"이라면서 "재단 측이 의료수익과 의료 외 수익이 얼마나 발생했는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손실보상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등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와 국회의원들도 서울백병원 폐원을 막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백병원이 도심 내 감염병 전담기관 역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시설인 종합의료시설 추진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서울백병원이 중구 내 유일한 대학병원인 점을 고려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의료위기 때 신속한 감염병 대응 체계로 전환하고 지역 내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사립대학 재단이 보유한 유휴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하는 교육부의 규제완화가 서울백병원 폐원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사립대 법인이 소유한 종합병원 부지는 타 유휴재산과 동일하게 임의로 매각하거나 용도를 전환할 수 없도록 교육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구의회도 지난 19일 서울백병원에 폐원결정 철회 요청 공문을 보냈다. 중구의회는 "폐원시 도심 내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대규모 안전사고에 따른 응급수술과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에 신속한 대처가 불가하다"면서 "국민건강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인제학원은 직원과 서울시의 반대에도 20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다. /문수연 기자
인제학원은 직원과 서울시의 반대에도 20일 이사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서울백병원 폐원을 의결했다. /문수연 기자

한편 1941년 백인제외과병원으로 문을 연 서울백병원은 지난 2004년 처음으로 73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고, 올해까지 누적 적자는 1745억 원에 달한다. 그간 상계백병원, 일산백병원, 부산백병원, 해운대백병원 등 '형제 병원'의 수익으로 적자를 메워왔다.

서울백병원은 경영난 해소를 위해 2016년 경영정상화 TF팀을 만들고 인력과 병상수 감축, 외래 중심 병원 전환, 병실 외래 공사 등을 진행했다. 특히 병동 리모델링에 매년 30억~50억 원의 비용을 투입했다.

이 외에도 2011년부터 수차례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경영 컨설팅을 받았으나 '중구 지역에서 의료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고, 폐원 후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munsuye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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