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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범죄' 수사청인데 직권남용 빠져…허술한 입법에 혼선 예고
직권남용죄 제외에 공직자 비리 수사 한계
직접 관련성 판단 모호…수사 개시 적법성도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입구에 중대범죄수사청 간판이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2일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 건물 입구에 중대범죄수사청 간판이 보이고 있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직권남용죄가 제외되면서 수사 개시와 관할 판단을 둘러싼 혼선이 우려된다. 직권남용 혐의만으로는 수사에 착수하기 어려운 데다, 수사 과정에서 다른 중대범죄가 드러날 경우 사건 이첩과 수사권을 둘러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지난 2일 출범 이후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분야의 중대범죄를 수사하고 있다. 중수청법은 이 가운데 공무원 직무 관련 범죄로 형법 122조와 124~133조를 명시하고, 법왜곡죄(123조의2)를 별도로 수사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123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 적용된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중수청 수사 대상인 직무유기죄(1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보다 무겁다.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더 높은 직권남용죄만 제외되면서 입법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수청이 직권남용죄를 단독으로 수사할 수 없다 보니 직권남용 사건 처리에 눈길이 쏠린다.

서울중수청은 지난 23일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을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첩했다. 추 지사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됐지만, 중수청은 명예훼손을 주된 혐의로 보고 직접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업무추진비 허위 기재 의혹 사건은 서울중수청 반부패수사국에 배당됐다. 조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과 업무상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됐다. 다만 중수청은 아직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으며, 관할 검토 결과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첩할 가능성도 있다는 입장이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끝난 뒤 한 관계자가 나사 빠진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2일 오전 서울 중구 중대범죄수사청에서 개청식이 끝난 뒤 한 관계자가 나사 빠진 현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새롬 기자

중수청법은 중대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도 수사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직권남용죄도 다른 중대범죄와 동시에 저질렀거나 수단·결과 관계에 있다면 함께 수사할 수 있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만으로는 원칙적으로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없다.

문제는 다른 중대범죄와의 관련성이 수사를 진행한 뒤에야 드러날 수 있다는 점이다. 관련성을 확인하려면 수사가 필요한데, 직권남용 혐의만으로는 직접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 예컨대 중대범죄 수사를 위한 정보 수집 과정에서 공무원의 직권남용 정황이 포착되더라도 다른 중대범죄 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직접 수사하기 어렵다.

수사 개시의 적법성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중수청이 직권남용 혐의만으로 수사에 착수한 뒤 다른 중대범죄를 확인하더라도 최초 수사 개시의 위법성이 문제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검찰 출신 이영훈 법무법인 위온 변호사는 "애초에 수사개시 범위를 찢어놓은 것이 문제"라며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던 중 다른 범죄 혐의를 확인하는 경우는 왕왕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관련성이 사후적으로 인정되더라도 애초에 직권남용죄만으로 수사를 개시한 것 자체가 위법하기 때문에 전체 수사가 위법해질 우려가 높다"며 "전대미문의 혼란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법조계에서는 직권남용죄를 중수청 수사 대상에 포함하거나 관련 범죄의 판단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 범위가 명확하지 않으면 사건별 관할 판단에 따라 수사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접 관련성'을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지는 향후 수사 실무와 판례가 쌓여야 정해질 것"이라며 "동일 사건에서 발생했다면 직권남용죄도 중수청의 수사 대상이라고 해야 입법의 잘못을 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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