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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외적립 2028년부터 의무화…기금형 도입
노동부, 노사정 합의 담은 '퇴직연금 기능강화 방안' 발표
사외적립 사업장 규모별 3단계…중소기업 부담 완화 지원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더팩트 DB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퇴직급여를 회사 내부에 쌓아두는 대신 금융기관 등에 적립하도록 하는 사외적립 의무화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1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9년 10~99인, 2030년 1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재정 지원과 함께 기금형 퇴직연금 활성화, 연금 수령 유인 확대 등을 추진한다.

고용노동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2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와의 당정 협의를 거쳐 이 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기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퇴직연금 강화를 위한 노사정 TF'가 지난 2월 공동선언문에서 합의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퇴직연금은 2005년 12월 노동자의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도입됐다. 지난해 말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고, 연간 수익률도 6.47%를 기록했다. 다만 사업장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26.5%, 노동자 가입률은 53%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의 도입률은 23.2%에 그친다.

퇴직연금의 노후보장 기능도 충분하지 않다. 퇴직이 잦고 주택구입 등으로 중도인출 수요가 있는 데다, 다른 연금에 비해 수익률도 낮은 상황이다. 지난해 임금체불액 가운데 퇴직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1.1%(8229억원)에 달했다.

우선 퇴직급여 사외적립 의무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정부는 퇴직연금 미도입 사업장 15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노사정 합의를 거쳐 시행 일정을 확정했다.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1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28년 1월 100인 이상 사업장, 2029년 1월 10~99인 사업장, 2030년부터 10인 미만 사업장 순으로 의무화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더팩트 DB

사외적립 의무는 각 단계 시행 시점 이후 발생하는 계속근로기간부터 적용한다. 기존 근로기간까지 소급해 적립해야 하는 부담은 덜어주는 것이다.

중소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책도 마련했다. 정부는 의무화 시점보다 먼저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30인 미만 중소기업에 적립금 매칭 지원을 하고, 50인 미만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하면 경영자금 융자금리의 2%p를 지원한다. 관련 예산으로 내년 정부안에 재정지원 60억원과 경영자금 융자지원 62억원을 반영했다.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퇴직연금사업자 수수료 특례도 적용한다.

기금형 퇴직연금도 활성화한다. 기금형은 전문성을 가진 제3자인 수탁법인이 적립금을 대신 운용하고 수익과 손실은 가입자에게 귀속되는 제도다.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와 사업주가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추가하는 것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설립 주체에 따라 금융기관 개방형,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도입한다. 금융기관 개방형은 민간 금융회사가, 연합형은 복수 사용자나 노사단체 연합이 수탁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이다. 공공기관 개방형은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푸른씨앗) 등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형태다.

적용 대상은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다. 확정급여형(DB)은 노동자가 받을 급여가 정해져 있는 만큼 이번 기금형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 사업장 안에서 계약형과 기금형을 함께 설정하거나 여러 기금형을 두는 것도 가능하다.

수탁법인의 난립을 막고 가입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한다. 수탁법인은 인적·물적·재무 요건을 갖춰야 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예비인가와 본인가의 2단계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가입자 이익 최우선 원칙과 수탁자 책임을 법률에 명시하고, 의무 위반으로 손실이 발생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한편 운영위험준비금도 의무적으로 적립하게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형 퇴직연금 참여 여부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노동부 관계자는 "국민연금 참여와 관련해서도 국회의원마다 생각이 다르고 참여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도 다 다르다"며 "입법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조율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의 장기 적립과 연금수령을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주거비와 의료비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 중도인출 대신 활용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제도를 개선한다.

퇴직급여를 받을 때 일시금 수령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으로 연금으로 지급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연금과 일시금 수령 시 기대수익과 수령액을 비교한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합리적인 선택을 돕는다.

퇴직연금사업자 평가 방식도 바꾼다. 현재는 정성평가 중심으로 평가하고 업권별·분야별 상위 10% 우수 사업자만 공개하지만, 앞으로는 연금수령과 장기유지, 자산운용 수익률 등을 중심으로 정량평가를 강화하고 전체 평가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자산운용 수익률과 안정성, 시장 변동에 얼마나 잘 대응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정량지표에 넣는다"며 "노동자들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택할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도 개선한다. 현재 70%인 IRP의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시장 상황과 가입자 수요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투자 가능 상품도 확대한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은 수익률 중심으로 재편해 성과가 낮은 상품을 퇴출하고, 만기 전에 가입자에게 안내해 대기성 자금으로 묶이는 기간을 줄일 계획이다.

서울 종로구 종로2가 탑골공원을 찾은 어르신들이 그늘에서 쉬고 있다./더팩트 DB

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11월 중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연내 본회의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pe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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