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안 폐기는 않기로…안창호 위원장 기권

[더팩트ㅣ김태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12일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을 폐기하는 대신 대국민 사과하기로 최종 의결했다. 지난 7월 안건 발의 이후 95일 만이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제17차 전원위원회(전원위)를 열고 '윤석열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대국민 사과' 안건을 찬성 6명, 반대 4명, 기권 1명으로 의결했다. 이숙진·오영근 상임위원과 소라미·오완호·조숙현·김민문정 비상임위원 등 6명이 찬성했다. 김학자 상임위원과 한석훈·김용직·강정혜 비상임위원 등 4명은 반대했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기권했다.
이날 전원위에는 당초 포함됐던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내용이 제외된 채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을 발의한 이 위원은 "방어권 보장 의결 폐기는 제외하고 대국민 사과만 하는 것으로 수정한다"며 "인권위가 내란 우두머리 등의 방어권를 비호한 결정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국민께 실망을 끼쳐드린 점을 사과드린다는 내용을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은 "지난해 2월10일 의결된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의결로 다수 국민들로부터 실망이 담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지난해 의결을 없던 일로 만들자는 것이 아니라 당시 결정이 인권위 공식 입장으로 유지하지 않겠다는 새로운 기관의 의사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 등은 의결 이후 "별도로 사과문을 작성할 예정인데 누가 어떻게 사과문을 발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서 "전원위 의결이 된만큼 안 위원장이 발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오 위원은 "이번 의결은 인권위 정상황의 단초가 될 것"이라며 "지난 정부 하에서 내부 조직원들의 좌절 등이 있었는데 과거의 슬픔을 지울 수 있는 중요한 결의였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위원장은 "지난해 2월10일 인권위가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를 의결한 이유는 대통령 탄핵심판 등 과정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서울서부지법 난입과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에 적법 절차를 지키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의 지난 결정은 존중돼야 하고 폐기하거나 대국민 사과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 인권위 최우선 과제는 1년 이상 지체된 승진인사 문제 해결이기에 조직 안정화를 위해 이번 안건에 별도 의견을 내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인권위 판단이 위원회 구성원 교체에 따른 내부 세력관계 변화에 따라 번복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내세운 이번 안건 의결이 도리어 향후 인권위 의결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훼손을 가져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안건이 의결된만큼 안건을 발의한 해당 위원실에서 결정문 초안 작성 및 위원 회람을 거쳐 내용이 최종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위원 등은 지난 7월10일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폐기 및 대국민 사과' 안건을 공동 발의했다. 안건에는 윤 전 대통령 방어권 보장 권고안 의결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위상을 훼손하는 등 위기를 초래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안건은 지난달 14일 제15차 전원위원회(전원위)에 상정됐다. 다만 안 위원장이 "역사적 의미를 가진 안건에 대해서 객관성,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찬성하는 외부 전문가 2명과 반대하는 외부 전문가 2명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해 의결이 미뤄졌다.
pad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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