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대가성·공모관계는 부정
윤부부 김영선 공천 관여 사실 인정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은 명태균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제공한 것을 '여론조사'가 아닌 '정치적 조력'으로 봤다. 여론조사는 인정 욕구와 과시욕에서 비롯된 명씨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조언의 수단이었을 뿐, 무상 제공에 관한 합의나 윤 전 대통령의 공모는 입증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묵시적 합의를 인정한 1심과 정반대 결론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 판결문에서 "피고인들 사이의 급부의 대상은 '여론조사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정치적 조언 등 선거과정에서의 전반적 조력'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치 현안에 관해 조언하거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유력 정치인과의 만남을 주선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에게 기대한 것은 여론조사 자체보다 선거 과정에서의 정치적 조력이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정치적 이익으로는 볼 수 있을지언정 재산상 이익으로 환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의 기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1심은 명씨가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58회 가운데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직접 전달된 14회를 유죄로 인정했다. 이에 따른 재산상 이익은 2792만7200원으로 산정했다.
1심은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홍보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일방적으로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통상 여론조사 1~2회를 '맛보기'로 제공했던 것과 달리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는 14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결과를 전달한 점 등을 근거로 무상 제공에 관한 묵시적 합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명씨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협의하고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윤 전 대통령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 부부와 명씨 사이에 순차적·암묵적 의사 합치가 이뤄졌고,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는 정치자금부정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에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관여했다는 점은 1·2심 모두 인정했다. 1심은 윤 전 대통령이 명씨의 부탁에 따라 김 전 의원의 공천을 위해 노력했고, 여론조사 제공도 공천 관여에 영향을 미친 여러 이유 중 하나라고 봤다.
항소심 역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를 위해 공천에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 부부가 김영선의 공천에 관여한 사실은, 김영선이 실제 단수 공천된 것과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충분히 인정된다"면서도 "피고인 윤석열 부부의 김영선 공천 관여와 피고인 명태균의 이 사건 여론조사 무상 제공 사이의 대가성 및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모관계에 대한 판단도 엇갈렸다.
항소심은 김 여사가 단순한 대선 후보 배우자를 넘어 정치적 공동체에 이를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를 했고, 윤 전 대통령도 김 여사와 명씨의 교류를 알 수 있는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윤석열의 공모관계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압도적이고 우월한 증명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여론조사 무상 제공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설령 합의가 있었더라도 윤 전 대통령의 공모를 입증할 직접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명씨의 여론조사 결과 일부를 수동적으로 전달받고 자신이 확보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공유한 정도에 그쳤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1심은 김 여사가 명씨와 여론조사 무상 제공을 협의하고 이를 윤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으며, 윤 전 대통령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정치자금부정수수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봤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여론조사 비용을 아껴야 할 만큼 선거자금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예비후보 등록 당시 선거자금 20억원을 확보했고 경선 이후 남은 비용을 당에 반납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 명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두 사람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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