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비서관 증언과 엇갈려

[더팩트ㅣ선은양 기자] 비상계엄 직후 주요 우방국에 계엄 정당화 메시지를 전달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의 재판에서 해당 지시는 외교부를 통해서만 이행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8-2부(정수영 최영각 장성진 부장판사)는 6일 김 전 차장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첫 공판을 열고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김 전 차장은 12·3 비상계엄 직후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외교부 공무원들을 통해 미국과 일본 등 우방국에 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메시지에는 비상계엄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조치이자 야당의 헌법질서 파괴 시도에 대응한 정치적 시위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메시지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 측은 이 전 비서관에게 메시지 전달을 지시했을 뿐 외교부를 통해 전달하라고 지시한 적은 없고, 외교부에 연락한 것은 이 전 비서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 김 전 차장이 외교부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이 없었고, 외교부 장관과 공무원들이 메시지 전달 여부와 방식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응한 만큼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은 증인신문에서 당시 김 전 차장으로부터 "계엄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외교·대외정책은 그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전달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대통령실 입장을 외국에 전달하는 지시는 외교부를 거쳐 이행하는 구조인지 묻자, 이 전 비서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외교는 외교부에서 하는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이 외교 일선에 나서면 혼란이 생기고, 외교부의 일관된 이행도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전 차장이 당시 업무 처리 절차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전 비서관은 "평소 여러 지시가 이행되는 과정에서 축적된 관행과 프로세스를 알고 계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전 차장이 외교부를 통해 지시하라고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더라도, 외교부가 아니면 지시 이행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김 전 차장 측은 담화문을 번역해 미국·영국·일본에 전달하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이 전 비서관이 "외교비서관실 업무가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고, 이에 김 전 차장이 "지시를 보류하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 전 비서관이 독자적으로 외교부에 전달한 사실은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 전 비서관은 이와 관련한 특검팀 질문에 "만약 내가 처음에 비서관실 소관이 아니라는 문제 제기를 했고, 차장님이 이에 동의하거나 얼버무렸다면 내가 이를 다시 선임행정관에게 전달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영국·일본에 전달하라는 대상국도 김 전 차장이 분명히 말했다"며 "지시가 없는데 내가 임의로 국가를 정해 전달하는 것은 비서관의 월권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자신은 재량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 김 전 차장의 지시를 그대로 선임행정관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다.
ye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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