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올해 적자 전환...국민 건보료 인상 부담 가중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법으로 정해진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율을 지키지 않는 상황을 수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40여일 후 나온 내년 예산안에서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았다. 역대 정부는 매년 법정지원율을 안 지켰다. 정부가 법적 기준대로 지급하지 않은 금액은 23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국민들 건강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졌다.
4일 더팩트가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건강보험공단 보험료 수입 정부 지원액 현황'에 따르면 정부가 법에 따라 건강보험공단에 지급해야 하지만 주지 않은 누적 금액이 2007~2025년 동안 23조3264억원에 달했다. 올해 공단에 덜 지급한 금액까지 합치면 미지급액은 25조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법적으로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지원해야 한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정부가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을 국고(일반회계)에서, 국민건강증진법은 6%에 상당하는 금액은 담배부담금으로 조성한 국민건강증진기금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예상 수입액을 실제 수익보다 적게 추정하는 방식 등으로 법정 비율보다 매년 적게 지원했다.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당해 담배부담금 예상수입액의 65%를 넘을 수 없다는 단서조항도 지원액 축소로 작용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이같은 법정지원율 미준수 문제에 동의하고 수정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후 정부가 발표한 2027년 예산안에서 정부는 법정지원율을 또 지키지 않았다. 지난 7월 22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필수·공공의료 간담회'에서 정부가 법률에 규정된 건강보험 국고지원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참석자 지적에 "지금까지 정부가 법률로 의무지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나 건보 재정에서 책임지도록 만들어 놨는데 저희가 수정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41일만인 지난 1일 보건복지부가 밝힌 내년 예산안을 보면 2027년도 건강보험 국고지원액은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수준을 지원해야 하지만 14.4%에 그쳤다.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6년만에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분기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3조8989억원 적자다. 보건복지부는 2024년 2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발표하면서 올해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선 후 재정전망 기간인 2028년까지 적자액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건보 재정이 적자로 돌아섰음에도 정부가 내년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으면서 결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건강보험료 인상 압박이 커졌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국고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윤석열 정부 때 정한 지난해 지원 비율 14.3%보다 줄었다. 올해 건강보험 정부 지원비율은 예산 기준 14.0%다. 반면 정부는 올해 국민들이 내는 건강보험료율을 1.48% 올렸다.
시민사회는 이 대통령이 건강보험 국고 법정지원율 수정을 언급하고도 지키지 않은 상황을 비판했다. 참여연대, 보건의료시민단체, 노조로 구성된 무상의료운동본부 김재헌 국장은 "대통령이 국고지원비율 의무가 이행되지 않는 문제 수정을 공언했지만 41일 후 발표된 예산안에서 국고 지원율은 20%에 한참 못미치는 14.4%로 책정했다"며 "더욱이 역대 최대의 세수에도 불구하고 법정지원율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적자 보전을 위해 보험료만 인상한다면 향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는 급등할 것"이라며 "정부가 법적으로 정해진 역할은 하지 않고 고물가와 실질 소득이 줄어든 국민들에게 부담을 전가해선 안된다"고 했다.
올해 1분기 소득 5분위별 도시 가구당 가계수지에 따르면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1∼4분위 가구 모두 월평균 실질소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만 실질소득이 늘었다.
백선희 의원은 "건보 재정 적자 우려가 현실화되는 만큼 정부는 '국고지원 20%' 원칙을 조속히 확립해 국민 건강보험 부담 가중을 막아야 한다"며 "2027년도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약속된 국고지원이 충실히 이행되고 건보 재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관련 예산 증액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lovehop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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