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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형제의 난' 법정 공방…"주식 매입 압박" vs "비리 고발에 역고소"
조현준 "고소는 잘못 깨닫게 하려는 아버님 뜻…처벌 원해"
조현문 "리베이트 등 비리 고발 의도 훼손하려 역고소"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왼쪽)과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강요미수 혐의’ 1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 | 정예은 기자] 2014년 고소·고발전으로 본격화한 효성그룹 '형제의 난'의 당사자들이 12년 만에 법정에서 정면충돌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조현문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강매하기 위해 자신과 효성 임직원 등을 상대로 고소·고발전을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 전 부사장은 "고발 의도를 훼손하기 위해 역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부장판사는 21일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 대표의 강요미수 등 혐의 공판기일을 열고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시작된 조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은 휴정 시간을 제외하고도 5시간가량 이어졌다.

검찰은 조 회장에게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 등의 비위행위를 수집하기 위해 2011년께 불법적인 내부 감사를 진행했는지 △2013년 조 전 부사장이 퇴사하면서 효성 측에 '조현문이 효성그룹 성장에 기여한 장본인'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를 강요했는지 △박 전 대표 등을 통해 효성 측에 비상장주식을 고가 매입을 강요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조 회장은 "2011년 감사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자신의 비서와 변호인단을 감사팀에 파견 보내 그룹의 대표이사였던 아버님(조석래 명예회장)의 승인 없이 불법적으로 감사를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확보한 자료들을 퇴사 이후 보도자료 배포를 요구할 땐 협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임직원 고발에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의 보도자료 배포 강요 혐의를 두고는 "노재봉 본부장 등 다른 직원들이 공승배 변호사와 박 전 대표가 찾아와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으면 서초동에 가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회사와 관련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했지만, 무단결근하다 퇴사하더니 사실이 아닌 내용을 회사 이름으로 배포해 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공 변호사가 2013년 2월 말께 효성 측에 배포를 요구한 보도자료엔 '중공업 부문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효성그룹 발전에 크게 기여한 조 전 부사장이 회사를 떠나게 돼 손실이 크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사임이 그룹 입장에서는 손실이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이 박 전 대표와 '단계별 성공보수 약정'을 체결한 이후부터 비상장 주식을 매입하라는 압박이 시작됐다고도 주장했다.

조 회장은 "현문이가 박 전 대표와 효성의 비상장 주식 매입 여부와 규모에 따라 성공보수를 얼마씩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걸 검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했다"며 "약정 내용을 보고 나서야 현문이가 왜 가족들을 몰아붙이는지 알게 됐고, 아버지도 현문이를 정신 차리게 하는 길은 고소뿐이라고 말씀하셔서 법정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도 함께 밝혔다.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헌우 기자
효성가(家)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이 지난 2024년 7월 서울 강남구 스파크플러스에서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 상속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반면 조 전 부사장은 조 회장이 '불법 리베이트 수수 의혹' 등 여러 비위 행위로 고발당하자, 고발의 신빙성을 훼손하기 위해 자신을 역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언론인이나 법조인들을 사주해 자신을 협박했다고 주장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이를 사주했다는 근거가 없다"며 "조 전 부사장은 오히려 조 회장 관련 비위들을 파악한 후 세금이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걱정한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자신 명의 주식을 매각한 것을 경영권 찬탈 시도로 해석하지만, 주식을 대량으로 팔면서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경우는 없다"며 "조 전 부사장의 고발 의도를 부정한 것으로 몰아가기 위해 강요미수 등 혐의로 고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효성그룹을 떠난 것도 자의가 아닌 아버지인 조 명예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임원들의 비위 의혹을 제보받고 감사에 착수해 결과를 보고했지만 조 명예회장은 '회사 내부의 갈등만 유발한다'는 취지로 질책하며 이후 회사에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조 회장 증인신문을 한 차례 더 진행하기로 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퇴사하는 과정에서 효성 측에 배도자료 배포를 압박하고 자신이 보유한 효성 계열사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요한 혐의(강요미수) 등으로 2022년 11월 불구속기소됐다. 박 전 대표는 조 전 부사장과 함께 효성 측을 압박한 혐의(공갈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번 사건은 조 전 부사장이 2014년 조 회장과 효성그룹 임원들을 횡령·배임 등 혐의로 고발하며 본격화한 이른바 '효성그룹 형제의 난'에서 촉발됐다. 조 회장은 2017년 조 전 부사장이 비상장주식을 고가에 매입하도록 자신을 협박했다며 고소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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