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국민 신뢰 훼손한 중범죄…엄벌해야"

[더팩트 | 정예은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항소심에 들어서자 1심의 무죄 주장을 철회하고 선처를 구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윤성식 부장판사)는 20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처장과 김성훈 전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 김신 전 가족부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박 전 처장은 모든 공소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경호처의 체포 저지로 국가기관 간 갈등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월 사직서를 제출한 후 경찰에 자진 출석한 점을 고려해 선처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 전 처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의 의도와 무관하게 결과적으로는 영장집행이라는 사법절차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국가공무원 간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 국민께 심려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당시 피고인은 법제관을 통해 공수처의 수사 범위 등에 대한 법률 검토를 거친 뒤 위병소에 경호처 직원을 배치하지 말고, 물리적 충돌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월 체포영장에 대한 이의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된 후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깨닫고 경호처장 직에서 사직함과 동시에 경찰에도 출석했다"며 "30여 년의 공직 경력과 명예를 내려놓는 결단을 통해 경호처 직원들이 더 이상 위법한 상황에 동원되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점을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김 전 차장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은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는 인정했지만 윤 전 대통령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과 사용한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도록 한 혐의(경호법 위반)는 부인했다. 1심 재판부가 핵심 증거라고 판단한 김대경 전 경호처 지원본부장의 증언은 번복돼 신빙성이 낮다고도 다퉜다.
김 전 차장 측 변호인은 "1심은 김 전 차장이 보안조치를 지시한 12월7일 전날 국가정보원의 통보와 박 전 처장 지시에 따라 실행된 선행 보안조치를 간과했다"며 "김 전 처장은 김대경에게 통화 내역 등 데이터가 삭제되지 않도록 보안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하거나 자신의 비화폰으로 실험해 본 뒤 기록이 삭제되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보안조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증거인멸의 고의나 범행에 가담할 동기가 없음에도 1심 판결은 사실관계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원심의 유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김대경의 진술은 특검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번복됐고, 자신이 직접 실행한 12월6일자 보안조치에 대해선 증언을 거부하는 등 신뢰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다시 증인으로 불러 신문해야 한다"고도 했다.
반면 특검팀은 1심 판결엔 이들의 공모관계에 대한 법리오해와 사실오인의 잘못이 있고, 이들의 죄질과 범행 후에도 반성하지 않는 태도 등을 고려했을 때 형이 너무 가볍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국가기관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적법한 형사사법 절차의 집행을 무력화하고, 법치주의에 대한 국민 신뢰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라며 "특히 김신 피고인의 경우 원심이 일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김 전 부장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을 지휘하는 등 암묵적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내달 9일 김 전 본부장을 증인으로 소환해 비화폰 기록 삭제 경위 등을 따져보기로 했다. 이날 오전에는 안 모 당시 경호처 기획관리실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박 전 처장 등은 지난해 1월 공수처가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진입을 시도하자 차 벽 등을 동원해 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1심 재판부는 이들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해 박 전 처장에게 징역 4년, 김 전 차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받은 이 전 본부장은 징역 2년6개월, 김 전 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김 전 부장이 영장집행 이전 경호처 간부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등 다른 피고인들과 범행을 공모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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