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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기 지치고, AI에 밀리고"…‘취업 절벽’ 속 공시생 다시 늘어난다
공무원 준비 청년 비율 지난해보다 3.9%p↑
낮은 진입 장벽 및 취업 이후 안정성에 선호


서울 동작구의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 공용 자습 공간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진주영 기자
서울 동작구의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 공용 자습 공간에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 /진주영 기자

[더팩트ㅣ진주영 기자] # 지난 12일 오후 4시 서울 동작구의 한 공무원 시험 전문 학원은 상담실 3곳이 모두 꽉 찬 모습이었다. 접수처 앞 대기석에도 20대 여성 3명이 번호표와 신청서를 손에 든 채 수강 상담을 기다리고 있었다. 복도 오른쪽 벽면에 마련된 공용 자습 공간 책상은 자습 중인 수강생들로 빼곡했다. 20대 여성 1명은 참고서와 태블릿 PC 등을 가득 쌓아둔 채 공부에 매진하고 있었다. 왼쪽에 마련된 자습 공간에도 20대 여성 6명과 20대 남성 2명이 공부 중이었다.

청년 고용률이 27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취업 한파가 이어지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로 눈길을 돌리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기업의 인공지능(AI) 활용도 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호하는 분위기다.

17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4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만5000명 감소했다. 졸업 후 취업을 경험한 비율은 84.4%로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미취업 기간이 1년 이상인 비중은 48.6%로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 고용동향'에서도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2%로 지난해보다 1.6%p 하락하면서 27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청년 취업자 역시 지난해보다 19만1000명 줄어 45개월 연속 감소했다.

반면 취업시험 준비자 중 일반직 공무원 준비 비율은 22.1%로 지난해 대비 3.9%p 올랐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 경쟁률도 28.6대 1로 지난해 24.3대 1보다 높았다. 올해 국가공무원 9급 선발 예정 인원은 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응시 원서 제출 인원은 3607명(3.4%) 증가했다.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진입 장벽과 취업 이후 안정성 등이 꼽힌다. 기업의 경우 AI 도입이나 경력직 선호 등으로 신입사원을 뽑지 않는 추세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9급 세무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임모(28) 씨는 "일반 사기업만큼 많은 스펙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아서 진입 장벽이 낮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사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어느 정도의 스펙이 필요한지 가늠이 안 가기도 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추세라 경험 쌓기도 쉽지 않아서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7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20대 박모 씨는 "주위에 사기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보면 이것 저것 자격증과 스펙 쌓기에 매진한다"며 "공무원 시험은 자격증도 필요하지 않고 면접에서도 미흡만 받지 않으면 되니 오히려 사회 진출을 빨리 할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김모(28) 씨는 "취업 시장이 점점 안 좋아져 시험 준비를 시작하게 됐다"며 "취업을 해도 이직을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안정적으로 오래 근무할 수 있다는 점도 결정의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학원가에서도 올해 유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환 공단기 노량진학원 원장은 "9월부터 시작하려는 학생이 많이 늘었다"며 "지난달에는 일주일에 많게는 150건까지 상담을 진행하면서 상담실도 3개 더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 준비에 요구되는 스펙 쌓기로 스트레스나 두려움이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며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까지만 해도 학원에 재시생이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초시생 비율이 훨씬 많다"고 덧붙였다.

교육 기업 에듀윌 관계자는 "작년 4분기부터 공무원 시험 수강생이 늘어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온라인 사이트는 작년 4분기부터 30% 이상 매출이 올랐고 오프라인의 경우 올해 1월 지난해 대비 90% 이상 매출이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사기업에서는 AI로 대체되는 직군들도 있다보니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pear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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