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수사' 논란 피하려면 제도 보완 관건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마약·보이스피싱 등 주요 범죄를 전담하는 합동수사본부(합수본)의 운영 방식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는 만큼 기존처럼 합수본에 검사가 파견돼 수사에 참여하는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수본의 수사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별도 입법이나 시행령 정비 등 제도적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청 폐지 이후 오는 10월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마약·보이스피싱·금융범죄 등 합동수사과를 신설해 기존 합동수사 체계를 이어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면서, 합동수사과 소속 검사의 역할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는 검사가 수사 전문가이자 법률 전문가라는 전제에서 합동수사팀 안에서도 수사를 주도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지 않으냐"고 물었다.
법무부와 행정안전부는 다소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이 폐지되더라도 공소청과 중수청, 경찰이 협력하는 형태의 합수본 운영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현재 합수본 운영의 법적 근거가 사실상 없는 데다, 공소청 검사가 합수본 수사에 참여할 경우 공소 유지 과정에서 위법 수사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는 중·경 합동본부 비슷하게 될 것"이라며 "공소청 검사는 합류하더라도 조언하고, 필요하다면 영장 청구를 신속하게 해주는 정도"라고 정리했다. 이어 "중수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현재 여러 주요 사건에서 작동하고 있는 합수본을 앞으로 어떻게 할지 미리 고민해 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 법조계 "법적 근거 없이 유지 땐 위법수사 논란 불가피"
다만 법조계에서는 단순히 검사의 역할을 '조언' 수준으로 재설정하는 것만으로는 현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검사가 합수본에 참여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오고 실질적으로 효율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건 사실이지만 개정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수사 방식은 어렵다고 봐야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 입장에서는 검사가 수사 조직 안에 있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아무리 자문이라고 해도 사실상 수사지휘였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법원이 자문보다 지휘에 가깝다고 판단하면 위법수사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수사 권한을 완전히 폐지하고 수사와 기소를 명확히 분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에 검사의 합수본 참여를 금지하는 명시 규정은 없지만, 수사권이 없는 검사가 '수사'라는 이름의 조직 안에서 활동하는 것 자체가 법 취지에 반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절차적 하자를 엄격하게 따지는 추세인 만큼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합동수사기구에 파견된 검사에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권한 등을 보완입법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합수본이 당장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 형소법은 시행 당시 이미 개시된 검찰 직접수사 사건에 대해 최대 90일간 계속 수사를 허용하는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합수본도 법률상으로는 내년 1월 초까지 한시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연말까지 진행 중인 사건을 정리하는 과도기 성격의 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기간이 사실상 합동수사 체계를 재정비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90일의 경과기간에 정부가 합수본 운영 근거와 공소청 검사 역할 등을 담은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수청이 합동수사과 설치 계획은 밝혔지만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시행령이나 수사준칙을 넘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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