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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도 못 꺾는 '타는 목마름'…탑골공원 아리수 냉장고 가보니
폭염 속 하루 1000병 무료로 나눠
무료급식 기다리는 어르신들 몰려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냉장고는 서울시가 결식 어르신과 거리 노숙인, 이동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수분 섭취를 돕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냉장고 앞에서 시민들이 병물 아리수를 받는 모습. /김명주 기자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냉장고는 서울시가 결식 어르신과 거리 노숙인, 이동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수분 섭취를 돕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냉장고 앞에서 시민들이 병물 아리수를 받는 모습. /김명주 기자

[더팩트 | 김명주 기자] "아유, 목말라. 수고하세요."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입구. 모자를 눌러쓴 어르신들이 서울노인복지센터 활동가에게 350㎖ 병물 아리수를 한 병씩 건네받았다. 물을 받은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전에 뚜껑을 열어 들이켰고 다른 이들은 병을 가방과 주머니에 챙겼다.

이날 오전 기온은 33도였다. 배부가 시작되기 전부터 공원 입구 인근 아리수 나눔냉장고 컨테이너 앞에서 손병희 선생 동상까지 100여명이 줄을 이었다. 손부채를 흔들거나 양산을 든 어르신, 지팡이에 몸을 기댄 고령층과 등산복 차림의 이용객들이 물을 기다렸다.

"지그재그로 오세요. 천천히 한 줄로 오세요."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와 활동가 5~6명은 이용객들을 양쪽으로 안내하며 물을 나눠줬다. 컨테이너 내부 냉장고에서 아리수를 꺼내 배부 테이블까지 쉼 없이 오간 활동가들의 얼굴은 땀과 열기로 금세 붉어졌다.

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는 일부 이용객과 활동가 사이에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 일부가 줄 중간에 끼어들거나 물 한 병을 받은 뒤 다시 병을 요구하자 한 어르신은 "몇 병씩 받아가는 사람도 있는데 주려면 똑바로 줘야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활동가들은 "한 줄로 서달라"고 거듭 안내하며 흐트러진 줄을 정리했다.

배부를 시작한 지 40분 만인 오전 11시10분께 이날 준비된 1000병이 모두 동났다. 대부분의 경우 배부 시작 한 시간 만인 11시30분께 물이 소진되지만 이날은 평소보다 약 20분 빨랐다. 뒤늦게 찾아온 어르신 4~5명은 빈 테이블을 바라보며 "끝났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오늘은 끝났다"며 "내일 오전 10시30분에 일찍 오시라"고 안내했다.

탑골공원 아리수 나눔냉장고는 서울시가 결식 어르신과 거리 노숙인, 이동노동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수분 섭취를 돕기 위해 지난달 13일부터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시는 탑골공원과 이동노동자쉼터 등 9곳에 냉장고 18대를 설치해 약 5~6도로 보관한 병물 아리수를 무료로 제공한다.

탑골공원에서는 이용객이 몰리는 점을 고려해 서울노인복지센터 관계자와 활동가가 평일 오전 10시30분부터 하루 1000병을 직접 나눠준다. 1인당 한 병이 원칙이다.

이용자들은 무더위 속에서 무료로 물을 받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았다. 맨 앞에서 물을 받은 60대 이모 씨는 배부 시작 30분 전인 오전 10시부터 기다렸다. 등산복 차림의 이 씨는 "줄이 항상 길어서 먼저 받으려고 일찍 왔다"며 "더울수록 물을 자주 마셔야 하는데 등산도 다니니 물이 생명수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물을 받으러 온 사람 대부분은 인근 노인 무료급식소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급식 번호표를 받거나 배식을 기다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공원에 머물다 아리수 배부 줄에 합류했다.

지난 6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병물 아리수 배부가 시작되기 전 공원 입구 인근 아리수 나눔냉장고 컨테이너 앞에서 손병희 선생 동상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명주 기자
지난 6일 오전 10시20분께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병물 아리수 배부가 시작되기 전 공원 입구 인근 아리수 나눔냉장고 컨테이너 앞에서 손병희 선생 동상까지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김명주 기자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윤모(83) 씨는 급식 번호표를 받기 위해 이날 새벽 집을 나서 오전 5시30분께 공원에 도착했다. 탑골공원까지 오는 데만 약 1시간이 걸렸다.

윤 씨는 "날씨가 너무 더운데 집에서 에어컨을 틀면 전기요금이 걱정되고 선풍기만으로는 견디기 어렵다. 차라리 공원에 오는 것이 낫다"며 "물도 돈을 주고 사 먹어야 하는데 무료로 주니 올 때마다 받아 간다"고 했다.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집을 나서 장시간 야외에 머무는 어르신들은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아리수 나눔도 이들이 급식을 기다리기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 이뤄진다. 센터 관계자는 "무료급식소 이용 어르신들이 줄을 서는 시간 쯤에 물을 나눠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사업을 더욱 확대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아리수 배부는 하루 준비된 1000병이 소진되면 끝나며 주말에는 운영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 "무료급식소를 이용하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어르신들의 온열질환을 예방하고자 탑골공원에서 아리수 나눔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다"며 "수요조사를 통해 1000병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sil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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